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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톡톡] 배달 덕분에, 배달 때문에 청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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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톡톡] 배달 덕분에, 배달 때문에 청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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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너무 더워서 사람들이 집 안에만 있으니까 배달 콜이 늘어 쏠쏠하게 번다더라.” 함께 양산을 쓰고 가던 길에 선배가 툭 던진 말이었다. 누구에게 들었냐고 하니 예전에 매장에서 일하던 직원과 오랜만에 안부를 주고받다 나온 이야기라고 했다. 수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참 성실한 청년이었는데 코인으로 큰돈을 벌었다가 날리고 매장을 그만뒀다던. 청년은 지금 배달 라이더로 일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해왔단다.

    문득 생각해 보니 배달 노동자 관련 뉴스는 항상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함께 전해지곤 했다. 대체로 뉴스를 수집, 분석하다 보면 당시 사건 사고에 따라 일정 시점에는 한쪽으로 여론이 형성된다. 언론 기사도 대체로 그렇다. 그런데 배달이라는 키워드로 나오는 뉴스는 그렇지 않은 편이다. 당장 기록적인 폭염 때문에 배달 일을 하는 청년들이 온열질환을 걱정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유통업계에서는 쉼터를 운영하고 사고 예방 캠페인을 벌인다는 홍보성 기사도 쏟아져 나왔다. 안타까워하던 차에 “간만에 돈을 많이 버니 일하는 보람이 있다”는 현장 소식을 들은 것이다.


    2023년까지 청년 고용 통계는 고개를 갸우뚱할 만큼 수치가 좋았다. 특히 실업률이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구직 활동조차 포기해 통계에서 아예 제외되는 ‘쉬었음 청년’이 착시를 일으킨다는 점은 이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청년이 고용된 업종을 따져 보면 운수창고업, 즉 배달 노동이 급증했다는 사실은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2017년 9월부터 2022년 9월까지 20·30대 운수창고업 종사자가 42만 명까지 늘어나며 5년 전 대비 40.7%나 껑충 뛰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컸다.

    팬데믹이 지나간 2023년 말과 2024년에는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배달원 수는 팬데믹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되돌아갔고, 청년들은 전업보다는 부업으로 배달 노동을 선호하는 추세다. 고용 통계 수치는 눈에 띄게 나빠졌다. 그래도 좋은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제조업 일자리가 가장 크게 감소했고 뒤이어 자영업자가 지키고 있던 도소매업이 줄었으며 그다음이 운수창고업이다.


    올해는 사정이 다시 달라질 듯하다. 제조업 등 숙련도를 쌓을 수 있는 산업에서 청년층 고용 비중이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동시에 배달이 아니면 장을 보기 힘든 1인 가구가 급증했다. 서울은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이 39.9%에 달한단다. 이마트 같은 전통적인 유통기업도 1인용 신선식품을 배달하기 시작했다. 운수창고업 청년 고용이 다시 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갓 성인이 된 조카가 있는 선배에게 “조카가 커리어를 라이더로 시작해서 다른 일 안 한다고 하면 어떡할 거야?”라고 물었다. 선배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냐? 걔 인생인데”라고 답했다. 한참 후에 “근데 이 정도면 그것도 좋은 일자리 소리 들을 정도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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