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 단위 소규모 배전망을 인공지능(AI) 기술로 현대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산업단지 조성, 햇빛·바람연금 지급 등 새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제어하는 AI 활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브리핑에서 “2026년도 예산을 2000억원가량 확보해 광양 철강산단, 여수 석유화학산단 등 전남지역에서 대여섯 개 차세대 전력망 사업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기존 산단에 재생에너지를 원활히 공급해 RE100 전환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 실장은 “차세대 전력망 사업은 단기, RE100 산단은 중기, 에너지 고속도로(초고압 송전망 구축)는 장기로 나눠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 고속도로가 전국 단위 송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라면 차세대 전력망은 지역 단위 소규모 배전망을 더 촘촘하게, 양방향으로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전력망은 송전망에 연결된 대형 화력·원자력발전소가 생산한 전기가 전국 수요처로 전달되는 단방향(발전→송전→배전) 계통이다. 이번에 추진되는 차세대 전력망은 배전단에 연결된 태양광발전소 등에서 나온 전기가 배전망을 통해 수요처로 보내지고 남은 전기는 송전망으로 다시 전송되는 방식의 양방향(발전↔배전↔송전)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배전단에 연계된 분산에너지는 25.5GW로, 96%가 소규모 태양광 발전이었다. 이 비중은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따라 2028년이면 36.6GW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 발전 비중은 95%로 늘어난다.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 등은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 예측이 어렵다. 정부는 AI 기술로 발전량과 수요를 정밀하게 예측하고, 계통에 여유가 있는 시간대에 재생에너지 활용률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전남에서 차세대 전력망 실증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전남이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에너지공대와 한전 등 차세대 전력망 관련 연구기관과 공기업이 밀집해 있으며 철강, 화학, 조선 등 지역 주력 산업과 연계한 대규모 실증에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석유화학업종이 많은 산단에서 공장 지붕에 패널을 깔고 태양광 잉여 전력을 열로 변환하거나 공정 폐열을 활용한 전기 생산을 실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기존 대형 발전소에서 일방향으로 전기를 보내던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 단위에서 태양광 같은 소규모 발전원이 생산한 전기를 배전망을 통해 수요처로 보내고 남는 전기는 다시 송전망으로 올리는 양방향 구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전력 생산과 저장, 소비를 최적화해 에너지 활용률을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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