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제시한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계획과 관련해 미국 측 발표에 담긴 표현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일본과 달리 이번 합의에는 미국이 한국의 투자 권한을 직접 ‘소유·통제한다’는 구체적 문구가 포함돼 투자 이행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한국이 제시한 3500억달러는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는(owned and controlled)’ 투자”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일본과의 통상협상 직후 일본의 5500억달러 투자 약속에 대해 ‘내 지시에 따라(at my direction) 투자된다’고 표현했다.
최병일 태평양 통상전략혁신허브 원장은 “미국이 일본보다 한국에 더 강한 언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투자금을 내고 미국이 모든 결정권을 갖는 구조라면 실질적 투자 이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owned and controlled’라는 표현은 지배적 권한을 뜻하는 만큼 운용 방식에서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고 했다.
같은 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SNS에 올린 “한국이 투자한 3500억달러의 수익 중 90%는 미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표현도 논란거리다. 미국은 일본의 대미 투자 수익 배분에 대해서도 같은 표현을 썼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브리핑에서 “미국 원문을 보면 투자로부터 90%를 미국 내에 유지한다(retain)고 돼 있는데, 우리가 해석하기로는 재투자 개념인 것 같다”면서도 “정확한 의미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미국 측 답변이 모호했고 상황에 따라 표현도 조금씩 달라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김 실장은 “일본 펀드를 심층 분석해 더 많은 안전장치를 포함시켰다”며 “지금 단계에선 펀드 구조와 지분 배분 방식이 정해지지 않아 미국 측 표현을 단정적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펀드가 구성되고 작동되는 협의 단계에서 개별 프로젝트를 보게 될 것”이라며 “그때 충분히 우리 이익을 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운용되도록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직접 투자 비율은 높지 않을 것이고, 대부분 대출과 보증으로 본다”며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가 하는 보증이 대출보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0억달러 펀드는 한도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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