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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최대 실적에도 ‘위기’ 꼬리표 붙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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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최대 실적에도 ‘위기’ 꼬리표 붙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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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K기업은행이 올 상반기 1조5000억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축제일 것 같지만 내부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외부 시선도 곱지 않다. 전현직 은행 직원이 연루된 금융사고가 연달아 터지고 부실채권은 4조원을 넘어섰다. 금융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선 처음으로 B등급을 받았다. 기업은행 주변에서는 신뢰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대 실적, 그러나 ‘B등급’

    기업은행의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58조5000억원. 지난해 말보다 4.6% 늘었다. 중소기업대출 시장점유율도 24.43%로 역대 최고치다.


    전체 실적도 좋다. 상반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1조50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다. 금리인하로 이자이익은 줄었지만 유가증권 관련 손익 등 비이자이익이 늘며 실적개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건전성 지표는 악화했다.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가 불확실한 부실채권(고정 이하 여신)이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37%로 상승했다. 부실채권 규모는 4조533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12% 이상 늘었다. 기업대출 연체율도 0.78%에서 0.93%로 높아졌다.


    고물가, 경기침체 등으로 소상공인을 비롯한 중소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기업은행의 부실채권이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기업은행에 B등급을 줬다. 2007년 처음 등급을 받은 이후 첫 B등급이다. 줄곧 A등급을 받아왔고 2012년과 2021년엔 최고등급(S등급)을 받기도 했던 기업은행의 평가가 주저앉은 것이다.

    ◆‘셀프대출·짬짜미’ 줄줄이

    B등급으로 강등된 데는 연이은 부당대출 사건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3월 기업은행에서 전현직 직원이 얽힌 초대형 금융사고가 금융감독원 조사로 드러났다. 퇴직 직원 A 씨가 2017년부터 7년간 785억원(51건)을 부당대출하거나 알선했다. 자기 돈 한 푼 없이 대출로 땅을 사고 건물을 지은 뒤 되팔아 차익을 챙겼다. 당시 심사역이었던 부인과 지점장, 영업점의 대출을 점검·심사해야 할 심사센터장이 도왔다. 지점장과 심사센터장은 A 씨와 입행동기 관계다.

    A 씨는 건물 미분양이 나자 고위 임원에게 기업은행 점포 입점을 청탁했다. 이 임원은 골프 접대와 수천만원의 현금을 받은 뒤 내부 반대에도 점포 입점을 밀어붙였다.


    A 씨가 일부 건설사 청탁을 받아 216억원의 부당대출을 알선하고 12억원을 챙긴 정황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도 입행동기(심사센터장 및 지점장 3명)가 대출을 승인해줬고 당사자 간에 대가성 현금이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이 제보를 받고도 정황을 은폐하려 한 흔적과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파일(271개)·메신저 기록 삭제 등 조직적인 방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쇄신’을 선언하고 내부감사를 대폭 강화했다. 그런데 감사망이 촘촘해지자 곪아 있던 문제들이 줄줄이 드러났다.

    지난 6월 경기도 남중지역본부(경기 안양시 소재) 관할 지점에서 ‘작업 대출’이 드러났다. 지점장과 팀장 5~6명이 기업과 공모해 수년간 40억원 이상을 빌려준 뒤 이자와 배당금을 챙긴 것이다. 지난 5월엔 기업여신(대출)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 B 씨가 가족 명의 법인에 50억원 규모의 ‘셀프 대출’을 한 사실이 확인돼 면직됐다. 이 사건은 두 달 뒤인 지난 7월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은행 측은 “내부감사 강화의 성과”라고 설명했지만 내부 일각에선 “과거 거래까지 싹 다 찾다가 (부당대출을) 적발한 건데 결국 올해 초 대형사고가 적발되지 않았다면 고강도 감사도 없었고 해당 사고들도 묻혔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복되는 허점

    이런 문제는 처음이 아니다. 2020년에도 차장급 직원이 2016년부터 4년간 가족 명의로 76억원을 대출받아 50억~60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그는 과거 본점 여신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가족 명의 법인 기업을 활용해 은행 대출을 받아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허점을 이용했다. 해당 사안은 정치권을 통해 뒤늦게 드러났다.

    이 일로 당시 윤종원 전 행장이 임직원 가족 대출 차단 시스템 개발을 추진했지만 개인정보보호법 한계에 막혀 1년 만에 무산됐다.

    기업은행은 같은 제도를 올해 다시 꺼냈다. 7월부터 부점장 이상 임직원 가족정보 데이터베이스(DB) 등록제를 시행했다. 등록된 정보는 전결권 제한에 활용돼 친인척 대출은 본부 심사를 거치게 된다. 하지만 등록은 자율이어서 강제성이 없고 사고 직원 대다수가 팀장 이하였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이 이어진다.



    ◆뒤늦은 쇄신책, 신뢰 회복될까?

    기업은행의 최대주주는 정부다. 서민·중소기업을 지원하라고 만든 은행이다. 하지만 내부 직원들의 짬짜미(담합) 대출, 가족 명의 셀프대출은 이런 존재 이유를 무색하게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1억 대출 받기도 힘든데 허탈하다”는 반응과 “창피하다”는 내부 의견까지 나온다.

    연이은 금융사고, 부실채권, 정치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과 신뢰 회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은행 측은 “이해상충 예방 체크리스트를 신설하고 준법감시 조직체계 고도화 컨설팅 진행 등 은행 전반 내부통제 제도를 획기적으로 강화함과 동시에 내부자 신고 제도에 외부 제보 채널을 도입해 금융사고에 대한 임직원의 경각심을 제고하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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