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부터 31일까지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학술대회(AAIC 2025)에서 발표된 신기술이다. 세계 최대 알츠하이머병 학술행사인 AAIC 2025를 맞아 난치성 뇌 질환 극복을 위한 다양한 전략이 공개됐다. 한국 기업들도 연간 9조원에 육박하는 알츠하이머병 신약 시장을 잡기 위해 도전장을 던졌다.
◇韓 의학자, 기조강연 나서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묵인희 서울대 의대 교수는 AAIC 2025 메인홀에 올라 기조강연을 했다. 묵 교수는 장과 뇌를 직접 연결하는 ‘미주신경’을 통해 장 속 물질이 뇌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새 가설을 공개했다. 그동안 장과 뇌가 연결됐다는 연구는 대부분 ‘혈액’을 통해 물질 등이 이동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뇌를 둘러싼 뇌혈관장벽(BBB)을 어떻게 넘어서는지를 입증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묵 교수는 “내장 감각 신경은 장과 뇌를 직접 연결해 장 속에서 생긴 독성 물질이 뇌로 전달되는 새 통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의료진이 세계 의학계에 새 화두를 던진 것이다.
AAIC 2025엔 세계 100여 개국에서 1만 명 넘는 전문가가 참여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기술력을 입증했다. 아리바이오는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한 ‘AR1001’을 활용한 네 건의 연구 결과를 포스터 발표했다. 먹는 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물질 AR1001을 단독 투여한 환자만 분석해 26주간 복용하면 인지기능이 개선되고 알츠하이머병 원인 단백질 중 하나인 ‘타우’ 수치가 낮아진다는 것을 입증했다. 프레드 킴 아리바이오 미국지사장은 “내년 상반기 글로벌 임상 3상 톱라인 발표를 앞두고 AR1001에 대한 국제학계의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동아에스티는 뇌 속 타우 단백질이 엉겨 쌓이는 것을 막는 신약 후보 물질 ‘DA-7503’의 전임상 성과를 공개했다. 국내 임상 1상 단계인 이 약물의 초기 데이터는 올해 4분기 발표된다. 에이비엘바이오와 일리미스테라퓨틱스 등도 이번 학회에서 발표 단상에 올랐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8일 BBB를 넘어 뇌까지 약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그랩바디-B’의 동물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날 일리미스테라퓨틱스도 두 가지 표적에 결합하는 이중융합단백질로 아밀로이드 베타가 쌓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아밀로이드솔루션과 뷰노, 뉴로핏, 피플바이오 등은 진단 분야 신기술을 공개했다.
◇혈액 진단·백신예방법 등도 발표
글로벌 기업들도 치매 치료·진단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는 정맥주사인 항체 신약 ‘레켐비’를 집에서 맞는 피하주사로 바꿔 투여한 연구 결과를 30일 공개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다음달 31일까지 이 약의 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스위스 로슈는 혈액 검사로 양전자단층촬영(PET-CT)을 대체하는 ‘일렉시스 인산화타우(pTau) 217’을 소개했다. 환자가 이 질환으로 진단받기까지 평균 2.8년 넘게 걸린다. 인지기능 검사 과정이 복잡한 데다 비용이 많이 들어서다. 혈액 검사는 이런 한계를 극복할 것이란 평가다.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대상포진 백신을 맞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을 32~51%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