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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상 정당한 행위와 적용제외 [Lawyer's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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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상 정당한 행위와 적용제외 [Lawyer's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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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07월 30일 10:3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법원은 지난 4월 한국-동남아 항로 외항 정기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 등 담합사건에서 ‘해당 사업자들의 공동행위에 관하여는 해운법 제29조에 따라 해양수산부장관이 부당성 여부를 판단하여 규제할 문제일 뿐,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운법에 따라 필요한 정도를 넘는다고 주장하면서 규제권한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보아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을 취소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대법원 2025. 4. 24. 선고 2024두35446 판결).


    대법원은 해당 판결을 통해 ① 공정거래법은 국민경제 전반에 걸쳐 헌법상 요구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구현하기 위한 법률로서, 다른 법률에 특별한 정함이 없는 이상 모든 산업분야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선언한 후, ② 해운법 제29조는 외항 정기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에 관한 공동행위를 제한 없이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하게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하고 있고, 해운법령은 사업자들이 신고하지 않고 은폐하려는 협약의 존부와 내용 및 이에 관한 사업자의 목적·의도 등을 파악하여 해양수산부장관이 적절한 규제와 조정을 하기에는 매우 불충분한 점, 최근에는 해운산업에 관해서도 경쟁법적 규제를 면제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경쟁원리에 따라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공정거래위원회에게는 이를 규제할 권한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③ 서울고등법원이 해당 사업자들의 행위가 해운법 제29조에 따른 정당한 행위인지 등 구 공정거래법 제58조에서 정한 적용제외 요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 없이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였다.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공정거래법 학계는 대체로 공정거래법의 헌법적 사명과 공정거래법의 적용제외 조항이 수행하는 경쟁정책적 역할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종래의 확립된 판례에 부합하면서도 해운법 제29조에 대한 정확한 해석에 기초한 법리를 판시하였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반면, 해운업계와 해상법 학계에서는 우리나라는 무역서비스 확대를 위해 해운법 제29조에서 운임 등에 관한 공동행위를 허용하였고 이를 통해 많은 선사들이 불황에도 존속할 수 있었으며 주무부서인 해양수산부도 지난 30여년에 걸쳐 이를 적법한 것으로 허용해 왔는데 대법원이 이와 같은 해운산업의 특성과 해운법 제29조의 정책적 목표 등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표하면서 해양수산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부처간 협의와 협력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위 대법원 판결의 당부를 떠나, 결국 위 사건은 해당 사업자들의 공동행위가 해운법 제29조에 따른 정당한 행위에 해당하여 공정거래법에서 정한 적용제외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따라 결론이 정해지게 되었다. 따라서 공정거래법의 적용이 제외되는 경우 중 하나인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116조에서는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라는 제하에 ‘이 법은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다른 법령에 따라 하는 정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 연혁을 살펴보면,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당시 일본의 사적독점금지법과 마찬가지로 제47조에서 ‘이 법의 규정은 특정한 사업에 대하여 특별한 법률이 있거나, 특별한 법률에 의하여 설립된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제1항)고 하면서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특별한 법률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제2항)고 규정하였으나, 이후 그러한 특별한 법률을 따로 정하는 법률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1986년 개정시에 “이 법의 규정은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였으며, 이후 이러한 내용은 변함 없이 조문의 위치만 제58조로 이동되었다가 2020년 전면개정되면서 앞서 본 제116조와 같은 내용으로 규정되었다.


    대법원이 판시한 것처럼 공정거래법은 국민경제 전반에 걸쳐 헌법상 요구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구현하기 위한 법률이므로 모든 산업분야에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의 다른 정책을 우선시킬 필요가 있거나 시장실패에 대처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제외할 필요가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앞서 본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 조항은 명시적인 적용제외 법률 없이도 그 해석을 통해 공정거래법의 적용 제외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므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해당 조항은 공정거래법과 다른 법률 사이의 충돌을 방지하는 완충작용을 함과 동시에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의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법원은 종래 “공정거래법 제58조에서 말하는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행위’란, 당해 사업의 특수성으로 경쟁제한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사업 또는 인가제 등에 의하여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가 보장되는 반면 공공성의 관점에서 고도의 공적 규제가 필요한 사업 등에서, 자유경쟁의 예외를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의 범위 내에서 행하는 필요·최소한의 행위를 말한다.”라는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실제 법문언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즉,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이 법규성을 가지는 법규명령이라면 이는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에게도 구속력이 있으므로, 그에 따라 행해진 행위는 원칙적으로 적법하다고 보아야만 전체 법질서간 충돌이 생기지 않으며 수범자에게도 예측가능성이 담보될 수 있는데, ‘경쟁제한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사업 등에서 자유경쟁의 예외를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에 의한 행위로 매우 좁게 한정하여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의문이 있다. 형법 제20조는 ‘정당행위’라는 제하에 ‘법령에 의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때 법령이란 실체법, 절차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실정 법률을 말한다고 일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과도 대비된다.

    공정거래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한적인 해석이 필요하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내세워 개별 산업의 특성을 무시함으로써 해당 산업을 고사시키거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등 또다른 공익이 과다하게 희생되지 않도록 개별 법률의 목적이나 이념도 최대한 반영하여 이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실제 대법원은 위와 같은 엄격한 기준에 터잡아 개별 산업별로 그 특수성을 주장하면서 공정거래법 적용제외를 주장하는 수 많은 사례에서 위 조항에 따른 공정거래법의 적용제외를 부정하여 왔는데, 이로 인해 공정거래법상 정당한 행위 조항을 사실상 사문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에는 판례를 통하여 특정산업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주행위이론(the State Action Doctrine), 노어면제(Noerr Immunity), 묵시적 적용제외(Implied Exemption) 등 다양하고 풍부한 법리를 발전시켜 개발 산업계와 경쟁법의 상충관계를 완화시키고 있음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물론 미국과 같은 판례법 국가에 비교할 때 우리나라와 같은 성문법 국가에서 명시적인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입법권을 가지지 않는 법원의 해석을 통하여 입법부가 제정한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제외하는 것은 사실상 법관에 의한 입법권 행사라고 할 수 있으므로 극히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지만, 공정거래법의 실효성 확보 측면과 개별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산업 정책적 측면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합리적 접점이 담보되는 방향으로 보다 더 전향적으로 해석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현재 해운법과 같이 개별 법률에서 공정거래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 행위를 허용하면서 그 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법의 적용이 제외되는지 여부나 그 요건 및 규제권한의 소재 등에 대하여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그 판단을 전적으로 수범자인 사업자에게 맡겨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 산업별 규제와 공정거래법 사이의 모순 및 저촉 문제가 대두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수범자로서는 현실적으로 관련 법률지식이나 경험의 부족 등으로 객관적이고 타당한 판단을 하기 어렵고, 해당 산업별 규제기관의 법령 해석이나 행정지도에 따라 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행위가 이후 관련 법령의 미비나 규제기관 사이에 원활한 조정이 되지 않는 등으로 인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평가되어 막대한 과징금부과 등 제재처분을 받게 된다면 수범자의 권익이나 예측 가능성을 매우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어서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개별 법률에서 공정거래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 행위를 허용하는 규정을 둘 경우 해당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법의 적용제외 여부, 요건 및 규제권한의 소재, 구체적인 규제의 방법·절차 등에 대하여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와 산업별 규제기관도 구체적인 법집행 과정에서 사전적, 사후적 협력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크다. 특히 금융, 통신, 방송, 에너지, 운송 등 정부의 광범위한 규제가 이루어지는 이른바 규제산업의 경우 어느 행위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가 문제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나치게 경쟁정책만을 강조하면서 개별 산업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산업별 규제기관과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거나 조정하지 않은 채 곧바로 제재에 나아가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제외하지는 않더라도 ‘부당하게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에 대한 판단 과정에서 개별 산업의 특수성을 최대한 고려하는 방향으로 법집행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i>*변호사,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필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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