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北美정상간 관계 나쁘지 않지만 비핵화 논의는 우롱"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미국이 변화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에만 집착한다면 조미(북·미) 사이 만남은 미국 측 희망으로만 남아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여정은 ‘조미 사이 접촉은 미국의 희망일 뿐’이라는 담화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전했다.

김여정은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조미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비핵화 실현 목적과 한 선상에 놓이게 된다면 그것은 대방에 대한 우롱으로밖에 달리 해석될 수 없다”고 했다.

김여정의 이번 담화는 최근 미국 백악관 당국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에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한 반응으로 분석된다. 김여정은 백악관 당국자 발언을 거론하며 “2025년은 2018년이나 2019년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 김정은과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2019년 2월엔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했으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에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2019년 6월 판문점에서도 회동했다. 김여정은 “우리 국가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와 능력은 물론 지정학적 환경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엄연한 사실을 인정하는 게 앞으로의 모든 것을 예측하고 사고하는 데 전제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이날 김여정 담화에 대해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시아 안정을 위해 북·미 회담 재개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한·미 양국은 한반도 평화 및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실 역시 “한·미는 향후 북미 대화를 포함해 대북 정책 전반에 관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