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여름 속이 얇게 비치는 ‘오간자 시스루’가 2030 여성 사이에서 인기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속이 비쳐 몸매가 드러나는 기존 시스루 패션은 가볍고 시원하면서도 아찔한 매력을 뽐낼 수 있어 여름철 각광받는 스타일이지만, 여배우들이나 레드카펫 패션으로 소화할 정도로 과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이 같은 시스루의 부담스러운 면은 덜하면서 속이 보일듯 말듯한 시원한 매력은 살릴 수 있는 시스루 패션의 일종으로 선호되는 추세다.
드레스에 쓰이던 오간자가 일상복에도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간자가 블라우스, 스커트 등 일상복용 소재로도 쓰이고 있다. 오간자는 실크나 레이온 같은 장섬유로 만든 평직 옷감이다. 얇고 투명하면서도 빳빳한 느낌이 나는 소재인데 레이스나 메쉬, 쉬폰보다 탄력감 있으면서 은은한 광택이 나 우아한 느낌을 준다.피겨 선수 김연아가 결혼식에서 입어 화제가 된 엘리 사브 컬렉션의 웨딩드레스 소재가 오간자 실크였다. 꽃잎을 겹겹이 겹친 듯한 디자인이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을 자아냈다. 투명하면서도 빳빳한 느낌이 나는 소재가 화려한 느낌을 주는 편이라 주로 한복이나 드레스, 무대의상 등 비일상복 위주로 쓰이던 고급 원단이다.
때문에 기존 패션시장에선 알렉산더 맥퀸, 존 갈리아노 같은 세계적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에서나 소개됐다. 하지만 최근엔 평상복 브랜드에서도 소재로 쓰이며 일상복으로 확대됐다. 실크 뿐만 아니라 면, 폴리에스터, 레이온, 나일론 등 다양한 원사로 제작되면서 일반 소비자들 접근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스루 패션이 관능적 매력을 강조하던 과거 트렌드에서 우아하고 로맨틱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오간자 수요가 늘고 있다.
출근룩으로도 각광
여성복 브랜드들은 이 같은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오간자 소재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이랜드월드의 여성 제조직매형의류(SPA) 브랜드 미쏘는 올 여름 '뉴시어(New Sheer)' 컬렉션에서 오간자 의복을 데일리용으로 확장했다. '소프트 엘레강스'를 테마로 삼아 고급스러운 오간자 소재를 맑은 페일 파스텔 컬러로 가공해 부드러운 여성미를 강조했다.오간자 포인트 반팔 블라우스, 오간자 포인트 미니 스커트 등 시스루 관련 스타일 수를 2배 늘렸다. 데일리룩은 물론이고 출근룩으로도 착용하기 좋다며 구매하는 여성 고객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미쏘 관계자는 "최근 여름 스타일링은 과한 노출을 크게 선호하지 않는 추세를 반영했다. 고객 조사를 기반으로 출시된 시스루 소재 블라우스와 스커트가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LF가 수입하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포르테포르테의 오간자 나일론 숄더백도 인기다. LF에서 전개하는 던스트도 이너웨어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오간자 스커트를 출시했다. 대부분 시스루 소재의 노출에 중점을 두기보단 일상복과 잡화에서 포인트를 주는 개성 있는 스타일로 추천된다.
명품 브랜드도 오간자 선택
해외 브랜드 컬렉션에선 일찌감치 오간자의 인기가 감지됐다. 미국 최대 패션 행사인 ‘멧 갈라’에서 지난해 할리우드 배우 젠데이아가 메종 마르지엘라와 함께 선보인 ‘세이지 오간자 바이어스 컷 드레스’를 입고 나와 베스트 드레서로 꼽혔다. 존 갈리아노가 젠데이아를 위해 제작한 오트 쿠튀르 룩으로, 오간자 소재로 쌓은 레이어가 포인트였다.
올해 멧 갈라에서도 오간자 소재는 화제거리였다.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가 두른 '오간자 케이프'는 시스루 패션을 도발적인 이미지에서 우아한 이미지로 탈바꿈시켰다. 명품 브랜드 샤넬에서 무려 2000시간을 들여 만든 드레스 위에 덧입은 오간자 케이프가 품격있는 분위기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중반 시스루 패션이 블랙 레이스나 메쉬 소재를 활용해 관능적인 면을 부각시켰다면 최근 시스루는 품격을 강조하는 스타일에서 다뤄지는 등 다른 결을 보여준다”며 “스커트나 팬츠 위에 비치는 소재의 스커트를 덧입거나 시스루 블라우스 위에 톱을 매치하는 식으로 변화했다. 오간자 소재를 활용한 아이템들의 스타일링이 다양해지고 다소 저렴한 원단으로 가공이 되면서 접근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