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인은 애매하고 한국인 체형에 맞지도 않아요"
2010년 명동에 H&M이 생겼을 당시, 수천명의 인파가 몰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파리 패션쇼에서 볼 법한 디자인의 옷을 한 두달 뒤에 저렴한 가격으로 입어볼 수 있는 가게라고 입소문을 탔다. 패션피플들 사이에서 H&M은 혁신 그 자체였다. 다양한 디자인과 디자이너 브랜드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2010년 중반부터 유니클로 등이 국내 진출하고 에잇세컨트, 탑텐 등 다양한 SPA 브랜드들이 경쟁하면서 H&M도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2020년대 들어선 일부 매장을 철수하며 구조조정 흐름을 나타냈다. 최근 들어선 더 우려가 커졌다. 애매한 가격과 디자인으로 정체성을 잃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H&M은 전 세계 ‘톱3’를 자랑하는 SPA 브랜드지만 국내외에서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때 ‘패스트패션’의 대명사로 불렸지만 요즘엔 예전 명성 만큼 못하다. 24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H&M 운영사 에이치앤엠헤네스앤모리츠의 지난 6월 카드결제 추정액은 2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했다. 올 들어 6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2월과 4월에는 하락폭이 각각 25%, 14.5%에 달했다.
글로벌 H&M의 2분기(3~5월 기준) 매출은 567억크로나(약 8조1700억원)로 전년 동기(596억크로나)보다 4.9%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70억크로나에서 59억크로나로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11.9%에서 10.4%로 떨어졌다.
국내 패션업계 관계자는 “저가 패션으로 가기에는 에잇세컨즈, 탑텐 등 국내 SPA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이 더 높고 프리미엄으로 가기엔 소재와 디자인에서 차별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한국인 체형에 맞지 않는 여성복을 부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H&M은 글로벌 표준 사이즈를 생산한다. 유니클로 등 다른 해외 SPA가 한국인 체형에 맞는 제품을 따로 내놓는 것과 다르다. 한경에이셀에 따르면 6월 유니클로 운영사 패스트리테일링의 카드결제 추정액은 10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4% 증가했다.
고윤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