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잉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에서 수혜를 보고 있다. 협상 상대국이 보잉사 항공기 구매를 협상 카드로 제시하면서다. 4월 이후 보잉 주가는 70%가 넘게 올랐다.일본은 22일 미국과 무역 합의를 하면서 보잉 항공기 100대를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일 무역 협상 타결 뒷얘기를 다룬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찾은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에게 “보잉사로부터는 구매를 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아카자와 장관이 “사겠다”고 답하자 일본의 투자 제안서에 적혀 있던 4000억달러(약 547조원)를 5000억달러(약 684조원)로 고쳐 적었다. 이후 500억달러(68조원)를 추가하면서 양측은 최종 타협을 이뤘다는 설명이다.
보잉 항공기 구매를 협상 카드로 내민 것은 일본만이 아니다. 앞서 체결된 영국과 인도네시아의 무역 합의에도 보잉 항공기를 주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영국은 100억달러(약 14조원) 규모의 보잉 항공기를 구매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도 보잉 항공기 50대 구매를 약속했다고 전해졌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와 체결한 경제협력 합의에도 보잉기 구매가 포함됐다. 앞으로 체결될 미국과 중국 간 장기 무역 협정에도 비슷한 합의가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FRA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매슈 밀러는 "이들 국가는 관세 위협에 직면하거나 미국 행정부와의 유대 강화를 모색하면서 보잉에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보잉의 주가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상호관세 발표 이후 부진한 실적, 대중국 납품 중단 등으로 한때 보잉사 주가는 폭락했었다. 23일 기준 보잉 주가는 233.88달러로, 지난 4월 4일 이후 71.23% 상승했다.
고송희 인턴기자 kosh1125@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