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이 생명을 살립니다”
기술 기반 소셜벤처 기업 위시빌더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융복합 수처리제 ‘퓨어위시(Pure Wish)’가 친환경을 넘어 실질적 탄소감축 효과를 입증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천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업을 이끌고 있는 김효진 위시빌더 대표는 삼성전자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등 대기업과 공익 분야에서 20여 년간 쌓은 커리어를 뒤로하고 기술 중심 소셜벤처에 도전장을 내밀며 이목을 끌었다.
김 대표는 “퓨어위시는 단순한 정수제가 아니라 정량화된 ESG 성과를 제공하는 솔루션”이라며 “투자자, 소비자, 임직원 모두에게 실질적 시장성과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퓨어위시를 활용할 경우 단순한 기부를 넘어 정수된 물의 양, 절감된 탄소량, 수혜자 수 등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ESG 성과의 실질적 근거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탄소배출권 기반의 기후 금융 연계 모델도 검토하면서 ESG를 비용이 아닌 미래 수익 자산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위시빌더가 개발한 퓨어위시는 단 4g으로 20리터의 오염수를 정수할 수 있는 고효율 수처리제로, 응집·살균·소독 기능이 통합된 기술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지역별 수질 특성에 맞춰 오염 성분에 따른 맞춤형 ‘레시피’가 적용된다. 예컨대 불소, 비소, 석회 등 특정 지역 오염에 따라 ‘아프리카 버전’, ‘아시아 버전’ 등으로 구분되며, 응집 기술을 통해 미세 오염물질을 큰 플록(floc)으로 뭉쳐 빠르게 침전시키는 방식이다.
그는 “이 플록을 얼마나 크게 만들 수 있느냐가 핵심 기술”이라며 “플록이 크고 무거울수록 빠르게 가라앉고 세균도 함께 제거된다”고 덧붙였다. 4g 한 포를 20리터 오염수에 담고 저으면 생수 40병을 대체할 수 있어 약 99.8%의 탄소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한 박스(300포, 약 1.5kg)로 약 6000리터를 정수할 수 있어 운송과 플라스틱 폐기물 저감에도 크게 기여한다. 또 다른 주력 제품 ‘위시웰(Wish-Well)’ 역시 현지 빗물 탱크 등 기존 자원을 활용한 모듈형 정수 시스템으로 별도의 대형 설비 없이도 지역사회 중심의 지속가능한 물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 NGO와 국제기구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소독약 냄새에 익숙지 않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지 테스트 결과 사용성과 안전성 모두에서 긍정적 반응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위시빌더를 성과 중심보다는 공감과 책임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위시빌더가 사업 초기부터 민간 유통보다 공공 거버넌스 체계와의 협력을 우선시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물은 모두의 생존과 직결된 공공재이기에 이 기술은 민간의 독점이 아닌 공공 영역에서 보장되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현재 위시빌더는 ODA(공적개발원조), NGO, 유엔 기구 등과 협력해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김 대표는 “상업적 유통보다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이 현지에서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이라며 정부와 협의해 재난·재해 구호 물품 지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수해 피해가 빈번한 국내외 지역에서는 퓨어위시가 생수보다 훨씬 저렴하고 유용한 생활용수 정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위시빌더의 사업이 ESG의 3가지 축을 모두 담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로써 이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은 장애인 고용부담금 감면, 기부금 세액공제, ESG 보고서 활용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러한 강점을 토대로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과도 협업 논의가 활발하다.
그는 “우린 ESG를 위해 무엇을 따로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며 “위시빌더의 사업 자체가 ESG”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적 수익성과 공익적 가치 사이에서의 균형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라고 말한 뒤 “특히 장애인 고용 등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산성, 인건비 부담 같은 현실적 제약도 감수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럼에도 나의 경영철학은 ‘돈보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확고한 신념에서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위시빌더의 중장기 비전도 제시했는데, 앞으로 5년 내 ▲국내 NGO 및 ODA 지원 사업 전환 ▲해외 재난 구호 키트 표준화 ▲국내 물 재활용 기술 상용화 등을 핵심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 여성 창업가로서 어려움은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40대에 안정적 커리어를 내려놓고 기술 중심 소셜벤처 창업을 결심했을 때 주변에서 ‘기술 비즈니스에 적임자냐’라는 회의적 시선도 있었지만, 수처리제 성분부터 제조·유통·인증까지 모든 것을 새로 배우고 생명을 살리는 기술이라는 ‘사명감’ 하나로 묵묵히 버텼다.”
- 대표님이 추구하는 리더십은 무엇인가.
“공감과 책임 중심의 리더십이다. 조직 구성원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장애인·시니어와 함께 일하는 포용 모델을 설계하며, 제품 생산 자체가 또 하나의 ‘생명 회복’이 되도록 이끈다. 기술적 효율성이나 수치적 성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과 맥락을 먼저 보는 감각은 위기 상황에서도 조직을 단단하게 만들고, 현장에서 더 깊은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장애인과 시니어 등 고용 취약계층과 함께 제품을 생산하는 포용기업이기에 구성원 하나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함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정서적 연대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위시빌더만의 ESG 경영이 궁금하다.
“위시빌더는 ESG를 단순히 경영에 적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비즈니스 자체가 ESG로 설계된 기업이다. 위시빌더의 ESG 경영은 단순히 친환경 제품 생산이나 사회공헌에 머무르지 않고 ‘당연한 것을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만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제품 탄생부터 생산과 전달, 이후 소셜 임팩트까지 환경(E)·사회(S)·거버넌스(G) 세 영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움직이도록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ESG를 단지 ‘좋은 일을 하는 기업이라는 근거’로 바라보지 않는다. 위시빌더는 기술로 생명의 살리고, 생산으로 사람을 살리며, 전달로 신뢰를 만들어 궁극적으로 세상과 지구를 바꾸는 구조적 실천이다.”
- 위시빌더가 해온 사업 중 기억에 남는 사례를 소개한다면.
“위시빌더는 국내외 다양한 파트너와 함께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고 있다. 특히 로힝야 난민 지원 프로젝트는 기억에 남는 대표 사례다. 발달장애인 근로자가 만든 퓨어위시를 UN IOM(UN Migration, 국제이주기구)을 통해 인도네시아 난민캠프에 전달한 후 ‘해피빈’, ‘곧장기부’, ‘UN IOM’ 등 플랫폼과 기관들이 연속적으로 협력해 같은 지역에 지속적으로 깨끗한 물을 공급했다. 이 프로젝트는 일회성 기부를 넘어 순환형 국제협력 모델로 자리 잡았고, 국내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연결되어 복합적 사회가치를 실현했다.”
- 앞으로 사업 확장 전략이 있나.
“위시빌더는 KOICA의 인도적 지원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국제기구와의 협력 확대 ▲탄소저감 효과 기반 기후테크 사업화 ▲기술 이전 및 현지화 모델 구축을 통해 글로벌 인도적 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ESG와 연계된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위시빌더가 만든 정수제 솔루션이 단순히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생명을 살리고, 사회적 약자를 자립시키고, 나아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대안이 되고자 한다. 그 안에서 ESG는 방향이고, 여성 리더십의 역할은 섬세한 추진력이라고 생각한다. 여성 리더십은 공감, 돌봄, 회복, 관계 중심성이라는 가치와 연결되어 있다. 갈등과 빠른 변화가 일상화된 시대에 이러한 가치는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그 중심에서 포용적 ESG 실천과 여성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미경 한경ESG 기자 esit917@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