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회웅의 '노 모어'는 지난해 서울시발레단 창단 사전 공연에서 초연으로 공개된 작품이다. 1년의 시간을 거쳐 재정비된 이번 작품은 무용수와 구성, 안무의 밀도를 좀 더 높였다는 게 발레단의 설명이다. 무기력한 현대사회와 그 속에서 느끼는 불안, 좌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움직임의 에너지로 극복하고 내일을 향한 희망으로 전환시키는 작품이다. 올해 공연에서는 현실과 꿈이 교차되는 장면이 추가됐다.

'5 탱고스'는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의 상주 안무가로 오래 활약해온 현대 발레의 거장 한스 판 마넨의 대표작이다. 서울시발레단은 지난해 그의 작품인 '캄머발레'를 공연했는데, 이후 안무가의 신뢰를 얻었다는 후문. 이를 바탕으로 발레단이 그의 작품 라이선스를 추가로 확보했다. 1977년 네덜란드국립발레단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아르헨티나의 탱고 작곡가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탱고 누에보' 음악 전곡에 영감을 받아 창작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스 판 마넨은 이 작품을 단 2주만에 완성했다. 탱고의 열정적인 리듬과 발레의 정제된 움직임을 절묘하게 결합해 시간을 초월한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현재도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을 비롯해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스위스 취리히 발레단, 미국 샌프란시스코 발레단 등 세계 유수의 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다. 이번 무대에는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의 한국인 수석무용수 최영규도 등장한다.

서울시발레단은 특별 공연 외에도 무대밖 발레를 체험할 수 있는 '발레 플레이그라운드'도 8월 한달간 마련했다. 전문 무용수, 전공생, 일반 시민이 함께할 수 있는 맞춤형 실기 참여 프로그램과 관객들과 함께 컨템퍼러리 발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 토크 프로그램, 지난 1년 간의 서울시발레단 작품을 되새겨 보는 아카이빙 프로그램이 세종문화회관 노들섬 리허설 스튜디오, 그리고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올 들어 서울시발레단은 이스라엘의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 스웨덴의 요한 잉거 등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현대 발레 안무가들의 라이선스를 확보하며 클래식 레퍼토리에 편중한 국내 발레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발레단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담은 창작 작품을 개발하고 고유 레퍼토리를 확보하면서 컨템퍼러리 발레의 저변 확장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서울시발레단은 올해 5월까지 약 1년여 동안 창단 사전공연을 포함, 5건의 공연을 통해 아홉 작품을 총 27회 올리며 누적 약 1만5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객석 점유율 83%를 기록하는 등 컨템퍼러리 발레 장르의 신생 단체로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이해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