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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늦은 좀비 코미디의 삐걱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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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늦은 좀비 코미디의 삐걱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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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가 돌아왔다. 조선시대 백성도, 부산으로 원정 가는 야구단도 아닌, 이번엔 사랑스러운 딸로 돌아온 것이다.


    <좀비딸>의 이야기는 원인 모를 바이러스(늘 그렇듯이)에 사람들이 감염되면서 좀비랜드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한복판에서 시작된다. 좀비로 변한 사람들로부터 탈출하는 무리에는 호랑이 사육사 정환(조정석)과 그의 딸 수아(최유리)가 있다. 이들은 가까스로 서울을 탈출해 정환의 엄마 밤순(이정은)이 살고있는 한적한 바다 마을 응봉리로 향한다.

    안도의 순간, 정환은 수아가 탈출 과정에서 감염자에게 물려 좀비로 변이한 것을 알게 된다. 쉴새 없이 사람에게 달려드는 수아와 함께 그는 어떻게 조용한 시골 마을에 안착할 것인가 고민한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에서는 감염자를 사살해도 좋다는 명령을 공표한다. 정환의 유년 시절 친구이자 응봉리의 '좀비 최다 신고자' 연화(조여정)는 눈에 불을 켜고 감염자에 촉을 세우고 있다. 이제 정환과 수아는 생존, 아니 공존을 위한 맹훈련에 돌입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잊을만하면 또 찾아오는 좀비다. 2016년 <부산행>이 한국형 좀비 영화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면, 이후 킹덤 시리즈(2019~2021)는 (원천이 어떠하든) 좀비물이 세계 시장 안에서 한국의 고유한 메이저 장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예시였다. 이후에도 <반도> (2020), <살아있다> (2020),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2020), 지금 우리 학교는 시리즈 (2021~2022) 등의 작품들이 장르의 건재함을 이어 나갔지만, 비슷한 설정과 내용을 가진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이 양산되고, 그 가운데 실패작이 늘어나면서 좀비물은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지 못한 채 후퇴했다.


    이번 <좀비딸>은 그러한 맥락에서 다소 의외의 프로젝트다. 최근에 개봉되었던 한국 영화처럼 코로나 상황이나, 배우의 이슈 등 이런저런 이유로 오랜 시간 동안 ‘묵힌 영화’도 아니고, 2024년에 촬영을 마친 비교적 신작임에도 불구하고 왜 하필 지금, 다시 좀비를 소환했는지, 혹은 왜 이제야 2019년에 탄생한 웹툰의 영화화가 실현되었는지 의아하다는 의미다. 이 영화의 명분이라면 적어도 한 가지 사실은 유추가 가능하다. 시의성이 아니라면 이 영화가 앞서 제작된 수많은 좀비 콘텐츠들과 뭔가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 (적어도 설정과 이야기적인 맥락에서) 프로젝트여야 할 것이다. 결론은 <좀비딸>은 선례의 좀비 영화들에서 조금도 다른 것이 없다. 더 정확하게는 그중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수준의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일단 많은 면에서 영화는 <기묘한 가족> (2019)과 이야기적 설정을 공유한다. 일반 좀비와는 달리 생각을 할 줄 알고 명령에 순응할 줄 아는 ‘선한 좀비’를 모티브로 한다는 점, 한 가족이 (이유는 다소 다르지만) 이 존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점,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이 코미디적 구성으로 이루어진다는 점 등은 <기묘한 가족>을 떠올리지 않고 영화를 보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다. 문제는 이러한 지점들이 모두 진일보가 아닌 퇴행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영화 속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코미디적 상황 중에서도 좀비들을 따돌리기 위해 좀비가 된 척 흉내를 내거나, 할머니의 (등긁개) 가격 장면을 고속 촬영으로 보여주는 장면을 포함한 여러 지점은 구태의연한 슬랩스틱에 그칠 뿐이다.




    전자가 전례에 없는 베지터리안 좀비 캐릭터 ‘쫑비’를 통해 그를 둘러싼 가족들 각자의 목적을 각양각색의 에피소드들로 코믹하고도 영리하게 전개해 기대감을 유지한다면, <좀비딸>의 두 모자(정환, 밤순)는 각각 딸과 손녀를 지키겠다는 지극히 일편적인 이유, 그리고 이와 관련한 지극히 상투적인 출생의 비밀까지 이야기적 설정으로도 캐릭터의 구성으로도 참신한 지점을 찾기가 힘들다.

    시종일관 심장을 괴롭혔던 훌륭한 서스펜스 <인질> (2021)을 만들었던 필감성 감독의 재량이 안타깝다. 이 영화에서 활약했던 배우들의 호연도 그러하다. 특히 영화의 구원투수라고 해도 모자라지 않은 배우 윤경호의 ‘원맨쇼’는 영화에서 가장 유쾌한 볼거리 중에 하나다. 또 하나의 기대작이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물로 보여서 마음이 무겁지만, 그럼에도 감독의 다음 작품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좀비딸>로 기대를 거두기에 그의 장편 데뷔작 <인질>은 너무나도 훌륭했기 때문이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영화 <좀비딸>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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