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백두대간법 시행 20주년을 맞았다. 백두대간법은 한반도의 핵심 생태 축인 백두대간(白頭大幹)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산림청은 백두대간을 무분별한 개발행위로부터 보전하기 위해 1995년부터 문헌조사와 실태조사를 거쳐 백두대간 보호 정책 기반을 마련했다. 백두대간보전회 등 시민단체와 주민 의견수렴 등을 거쳐 2003년 백두대간법을 제정·공포했고, 2005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한반도 허리 백두대간

22일 산림청에 따르면 백두대간은 우리 민족 고유의 지리 인식체계로 정립돼 있다. 백두산에서두류산→금강산→설악산→오대산→태백 →속리산→덕유산→지리산에 이르는 한반도의 중심 산줄기다. 총길이는 약 1400㎞(남한 701㎞)에 달한다. 행정구역은 6개도(강원, 충북, 전북, 전남, 경북, 경남), 32개 시·군, 108개 읍·면·동을 통과한다. 백두대간은 크게 1대간, 1정간, 13 정맥, 10대강을 아우른다. 1대간은 백두산에서 두류산-금강산-설악산-오대산-태백산-속리산-덕유산-지리산을 잇고 있다. 1정간(장백정간)은 원산-서수라곶산에 이어져 있다.
13정맥은 △청북정맥(마대산-미곶산) △청남정맥(낭림산-광량진) △해서정맥(두류산-장산곶) △임진북예성남정맥(화개산-진봉산) △한북정맥(식개산-장명산) △낙동정맥(매봉산-몰운대) △한남금북정맥(속리산-칠장산) △한남정맥(칠장산-문수산) △금북정맥(칠장산-지령산) △금남호남정맥(영취산-조약봉) △금남정맥(조약봉-부소산) △호남정맥(조약봉-백운산) △낙남정맥(지리산-분성산)에 걸쳐있다. 10대강은 두만강, 압록강, 청천강, 대동강, 예성강, 임진강, 한강, 금강, 낙동강, 섬진강을 품고 있다.
◇우리 민족의 뿌리 백두대간
우리 국토의 등뼈를 이루는 중심 산줄기인 백두대간의 유래는 우리 민족 고유의 성산인 백두산(白頭山)의 신성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백두산은 고대 단군신화로부터 시작해 언제나 크고 높으며 성스러운 산으로 여겨졌다. 본격적으로 숭배화한 기록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고려 태조 왕건의 탄생설화때부터로 알려져 있다. 또한 조선 세종 때 두만강, 압록강을 경계로 하는 국경을 확보함에 따라 백두산은 영토 의식 성립과 함께 민족의 산으로 명실상부하게 자리 잡았다.실질적 내용상의 백두대간이 최초로 나타난 문헌은 10세기 초의 고려 승려 도선이 지은 옥룡기(玉龍記)로, “우리나라는 백두(산)에서 일어나 지리(산)에서 끝났으며 물의 근원, 나무줄기의 땅이다”라고 표현돼 있다. 백두대간을 의미하는 대간(大幹)이라는 용어를 국내에서 최초로 사용한 문헌은 이중환의 택리지(1751년)에서 보인다. 택리지는 “대간은 끊어지지 않고 옆으로 뻗었으며 남쪽으로 수천 리를 내려가 경상도 태백에 까지 통하여 하나의 맥령(脈嶺)을 이루었다”라고 표현돼 있다. 백두대간과 백두 정간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문헌은 이익의 성호사설(1760년)로, “백두산은 우리나라의 조종산이며 대간의 시작 산”으로 보았다.
백두대간을 체계화한 것은 1770년께(영조) 여암 신경준의 산경표다. 백두대간에 대해 그 용어뿐만 아니라 백두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산맥연결의 상태·관계·순서를 알기 쉽도록 일목요연하게 표로 제시했다. 국토 지리에 대한 정서적 일체감과 공간적 유대감을 부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 민족정기 말살 정책으로 100년간 백두대간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러다 정부와 산림청은 1996년 백두대간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와 여암의 저서를 바탕으로 백두대간 명칭과 위치 등을 다시 정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백두대간 28만㏊ 집중 관리
백두대간은 우리나라 육상 생물종의 3분의 1 이상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산림청은 백두대간 중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지역을 백두대간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면적은 약 28만㏊에 달한다. 10년마다 ‘백두대간 보호 기본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백두대간 생태 축을 연결·복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도로로 단절됐던 이화령, 육십령 등 13개소를 복원·완료해 국민과 야생동물의 지역 간 이동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자생식물과 특수공법을 통해 백두대간의 생태적 가치를 회복함과 동시에 연결된 하나의 백두대간이라는 역사성과 민족문화로서의 상징성도 함께 보전하고 있다. 보호정책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백두대간 인접 거주민의 생활 환경 개선과 소득 증진을 위해 2005년 이후 총 1477억원의 농림축산 보조사업 등을 지원해 지역 상생에도 힘쓰고 있다. 동시에 비무장지대(DMZ) 구간을 포함, 멸종위기의 고산 침엽수종 보전을 위해 구상나무 등을 증식하는 등 후계림도 조성하고 있다.◇“백두대간 교육 강화해야”
백두대간은 민족정기의 상징으로 귀중한 유무형 유산과 구비문학, 산간 신앙 등이 산재하고 있어 산림의 인문학적 가치가 돋보이는 공간이다. 또 백두대간은 생물종이 다양하고 풍부한 한반도의 핵심 생태 축으로 대륙의 야생 동식물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이동통로이자 서식지가 되고 있다. 한강, 금강, 낙동강 등의 발원지로 생명력이 시작되고 이어지는 중심지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산림자원의 비축기지 입지와 농림업, 광업 및 휴양관광 등 산업적인 이용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백두대간은 지형, 기후, 토양, 수문 등 자연환경과 동식물이 어우러진 생태계, 그리고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하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만만찮다. 우선 북한 지역의 백두대간과의 연계가 시급하다. 북한의 백두대간(백두대산줄기)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조사 연구하고, 향후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의 연계 축으로서 보호지역에 대해 공동관리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청소년들에겐 국토 사랑과 호연지기를 기르는 국토의 체험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백두대간을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그 가치를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향후 생물권보전지역이나 세계유산으로의 지정도 서둘러야 한다.
김동필 부산대 교수는 “정맥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모니터링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기후보호림 조성, 주민지원사업 시행, 복원대상지를 선정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미국처럼 산림청에 정맥을 관리할 전담조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