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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골프 선수, 17세 천재 소년을 만나 미래를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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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골프 선수, 17세 천재 소년을 만나 미래를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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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끈한 경기 운영으로 인기를 끌었던 골프 선수, 프라이스(오언 윌슨). 중년의 삶은 초라하다. 골프 초짜들을 현혹해 비싼 골프채를 팔거나, 은퇴자들에게 아부를 떨며 레슨을 이어간다. 그런 그의 눈에 띈, 17살짜리 골프 천재 산티(피터 데이거). 골프공을 320야드(약 293m) 거리의 헛간에 정확히 내리꽂는 그의 모습에서 ‘차세대 타이거 우즈’를 직감한 프라이스는 인생 두 번째 꿈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천재적 재능의 철부지와 그를 다듬는 코치. 애플 TV+의 10부작 코미디 시리즈 <두 번째 스윙(Stick)>은 꽤 익숙한 스포츠 영화의 틀을 갖고 있다. 적당히 어리석으면서도 인간미를 갖춘 중년 남자, 그러면서도 소년처럼 돌진하는 프라이스의 캐릭터는 오언 윌슨과 잘 어울린다. <로얄 테넌바움>(2001), <미드나잇 인 파리>(2011) 드라마 <로키>(2021) 등으로 꾸준히 관객을 만나온 그는 <두 번째 스윙>의 총괄 프로듀서도 맡았다.

    다음 주 마지막 편 공개를 앞두고 반응은 엇갈린다. <두 번째 스윙>이 첫선을 보일 때 시청자들의 기대는 컸다. 애플TV+는 최근작 <더 스튜디오>뿐 아니라 <맵다 매워! 지미의 상담소>(2023), <테드 래소>(2020)까지 좋은 코미디를 선보여온 곳 아닌가. 이들 모두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제각각 다른 이유로 무너져내리고 있는 중년 남성을 다룬다는 공통점 외에도) 빛나는 유머, 개성 있는 캐릭터로 호평을 받아왔다.




    <두 번째 스윙>은 특히 스포츠 드라마의 명작 반열에 오른 <테드 래소>(2020)와 비교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미식 축구단을 이끌던 괴짜 코치가 영국 전통의 축구단을 맡으며 산전수전을 겪는 이야기. <테드 래소>에 대한 개인적인 팬심을 꾹꾹 누르고 봐도, <두 번째 스윙>은 살짝 아쉽게 느껴진다.



    이야기의 출발은 빠르고 산뜻하다. 프라이스는 이혼한 아내의 집에 얹혀살다가 쫓겨날 판이고, 골프 선수라는 커리어를 다시 살릴 길은 없어 보인다. 소년 산티의 숨겨진 ‘장타’ 실력은 그에게 유일한 희망이다. 프라이스는 아마추어 대회마다 산티를 출전시켜 상금뿐 아니라 코치로서의 명성까지 쌓고자 한다.




    문제는 산티가 유년 시절의 골프 트로피들을 방 안에 처박아둔 채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데 만족한다는 점이다. 프라이스는 산티의 엄마 엘레나(마리아나 트레비뇨)를 꼬드기고, 유일한 친구이자 자신의 캐디였던 미츠(마크 마론)까지 이 야심 찬 골프 투어에 끌어들인다. 이들이 가진 것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희망, 그리고 고물 캠핑카뿐. 중년 셋과 사춘기 아이 하나가 전국을 돌며 복작거리는 모습은 꽤 즐겁게 볼 만하다.

    <두 번째 스윙>은 서로 다른 인물들이 충돌하고 화해하는 순간들을 성실하게 따라간다. 유약하지만 저항적인 사춘기 남자아이 산티는 남모를 상처를 갖고 있고, 이는 프라이스도 마찬가지다. 농담과 수다로 감추고 있던 내면의 아픔은 천천히 드러난다. 중후반의 드라마는 이들이 흉내 내던 아빠와 아들 관계가 어떻게 진실성을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이 진실성이 골프장의 승부로 증명되길 원한다. 되도록 멋지고 짜릿하게. 카레이싱 영화의 수작 <포드 V 페라리>(2019)의 작가이기도 한 제이슨 켈러도 <두 번째 스윙>을 제작하면서 이 고민을 했을 것이다. 땀범벅으로 온몸을 날리는 축구 선수의 모습이나, 속도에 목숨을 거는 카레이싱 장면 대신 골프 드라마는 무엇을 내세워야 할까. 그린 위를 쭉쭉 날아가는 골프공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뭔가가 더 필요하다.





    게다가 골프의 룰은 단순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두 번째 스윙>은 골프를 전혀 모르는 시청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편안하게 다듬어져 있다. <테드 래소> 또한 특별한 축구 지식이나 마니아적인 관심 없이도 즐길 수 있는 드라마였다. 주인공 테드 자신부터 축구의 ‘4-3-3 전술’이 뭔지, 오프사이드 반칙이 어떤 건지 몰랐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는 경기장에서 터져야 한다. <테드 래소>의 매 시즌이 축구장의 명승부(좋은 뜻이든 나쁜 뜻이든)로 마무리되고, 아무리 하찮은 인물들도 잔디밭 위에선 뚜렷한 활약으로 눈도장을 찍었던 것처럼. 이에 비해 <두 번째 스윙>의 골프장 씬들은 다소 피상적으로 흘러가고, 극적인 장면은 부족하다.

    선수로서의 산티에 대한 묘사부터 그러했다. 힘과 패기가 대단하며, 다들 고개를 젓는 난관 앞에서 변칙적인 코스로 돌파할 줄 아는 선수. 이 부분은 아주 솔직히 말해 코미디 영화 <해피 길모어>(1996)가 떠올랐다. 애덤 샌들러가 맡은 주인공은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진 아이스하키 선수로, 골프공을 멀리멀리 출장 보내는(?) 실력은 확실하지만, 코치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산티 또한 경험 부족과 덜 다듬어진 기술을 보완해야 한다. 이를 프라이스가 선배 선수로서 어떻게 보완해가는지, 선수 대 선수 또는 선수 대 코치로서의 치열한 갈등은 어떻게 해결되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프라이스의 라이벌 로스(티모시 올리펀트)와의 스타일 차이나 갈등 요소 또한 약하고, 예측 가능한 궤적을 벗어나지 않는다.

    골프에 대한 애정이 깊은 시청자들에겐 아쉬울 것이다. 실제 골프 팬들은 산티의 경기장 샷이 형편없다거나, 경기 라운드 중간에 산티가 긴 일탈을 하는 장면을 두고 ‘실제로 그랬다면 실격됐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1화 프롤로그에서 화려하게 펼쳐지던, 골프의 아름다움에 대한 예찬은 아직 실감하기 부족하다. 물론 마지막 편을 위해 꽁꽁 숨겨놨을 수도 있다.



    중반에 다소 늘어지던 이야기는 뜻밖의 인물인 ‘제로’(릴리 케이)를 만나 다른 코스로 접어들 뻔 한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육식을 극혐하며, 남성도 여성도 지향하지 않는 그에게 산티는 푹 빠져든다. 프라이스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산티를 통제하기 위해, 제로를 이용한다. 강압적인 아버지가 되지 않고도 안전하게 승리를 거두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다.

    이는 새로운 세대를 대하는 어른들의 지혜일까, 아니면 또 다른 변칙적인 플레이일까. 이는 <두 번째 스윙>의 신선한 질문이 될 뻔했지만,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고 흐지부지해버려 아쉽다. ‘부자 백인 남성들의 스포츠’라며 골프를 비하하던 제로가, 산티의 출전을 위해 온몸을 던지는 장면 또한 설득력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코미디로서 <두 번째 스윙>은 충분히 즐길 만하다. 오언 윌슨의 연기는 프라이스에게 꽤 잘 어울리고, 산티의 엄마 엘레나와 미츠의 미묘한 관계 또한 웃음을 준다. 인물들은 자신의 어둠에 질식돼 진상을 떨지 않으며, 하찮긴 해도 시의적절한 농담으로 은근히 다가갈 줄 안다. 선을 지킬 줄 아는 인물들의 코미디는 언제나 산뜻함을 준다. 참, 골프 애호가들을 위해서 덧붙이자면 <해피 길모어2>가 다음 주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김유미 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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