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북극에 갑니다> 등 극지동물의 세계를 들려주던 ‘펭귄박사’ 이원영이 ‘야생’으로 시선을 넓혔다.동물행동학자 이원영의 새 책 <와일드>는 미생물에서 유인원까지 종을 가리지 않고 온갖 동물의 분투기를 다룬다. ‘야생’이라는 길들지 않는 장소를 현장 삼아 그곳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하고 번식하는 동물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부제는 ‘야외생물학자의 동물생활 탐구’.
이 책의 핵심은 야생동물을 제대로 만나기 위한 동물행동학의 기본과 응용이다. 즉, ‘관찰자의 눈’이다. 저자는 독자가 야생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자기만의 탐험을 해나갈 수 있도록 현장에서 몸소 부딪히며 터득한 태도와 요령을 책을 통해 전수한다.
다종다양한 동물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수컷만이 짝짓기 경쟁을 한다’는 오해와 달리 암컷이 더 큰 몸집과 화려한 깃털로 경쟁을 벌이며 여러 수컷을 차지하는 ‘붉은배지느러미발도요’, 꿀벌의 생김새를 흉내 내 독침 없이도 독침을 지닌 효과를 누리는 ‘꽃등에’ 등등. 인간처럼 나뭇가지로 도구를 만들어 쓰거나, 인간은 상상할 수 없는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동물들의 면면도 다룬다.
책의 후반부는 동물 윤리와 기후 위기라는 주제로 이어진다. “연구 대상인 동물을 마주할 때면 늘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는 저자이기에 가능한 전개다. 책은 섬세한 관찰에 더해 현장의 절박함으로 야생동물에게 목소리를 부여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