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루탈리즘은 건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재료 그 자체를 중시하는 사조는 21세기 들어 다시 한번 각광받으며 가구, 요리, 디자인 등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브루탈리즘을 주제로 한 ‘브루탈리스텐’이란 레스토랑은 2022년 스웨덴 스톡홀롬에 문을 열었다. 현대미술 작가 카스텐 휠레가 운영하는 이곳은 ‘브루탈리스트 주방 선언서’의 13개 원칙을 준수한다. 대표적인 원칙은 ‘재료는 특정 요리에 단독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오직 물과 소금만 추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정통 브루탈리스트 요리에는 물이나 소금도 첨가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요리법보다는 재료 준비가 더 중요한 주방이다.

접시 장식도 하지 않는다. 다른 재료를 한 접시에 담는 것 역시 지양한다. 사진에 예쁘게 나오기 위해 이것저것 가미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매우 단순하게 조리됐지만 음식은 맛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료 기본의 맛을 살리고 건강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미쉐린가이드는 브루탈리스텐에 대해 “군더더기 없이 탁월한 솜씨로 조리해 신선하고 순수한 풍미를 전한다”고 평가했다.
브루탈리즘은 가구와 패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디자이너 릭 오원스다. 그는 가구를 만들 때 청동, 콘크리트, 설화석, 대리석 등을 주요 재료로 활용한다. 그는 자신이 디자인한 가구에 대해 ‘미래적 사원’을 연상시키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옷도 마찬가지다. 가죽을 노출 콘크리트처럼 거칠고 두껍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브루탈리즘의 영향을 드러낸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콜린 킹도 노출 전구와 배관, 청동, 합판, 시멘트 등 다양한 브루탈리즘 재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침대 브랜드 시몬스는 브루탈리즘에서 영감받은 디자인의 프레임 '트리크’를 출시하기도 했다. 트리크는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가능한 프레임이다. 스웨덴 오디오 브랜드 트랜스패런트는 지난해 말 ‘브루탈리스트 스피커’를 내놨다. 높이 약 60㎝, 무게 12㎏의 알루미늄 소재를 활용했다. 트랜스패런트는 “브루탈리즘이라는 전설적인 건축 스타일을 사람의 생활 공간에 들여와 디자인과 건축의 세계를 더욱 가깝게 연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