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확보하라는 지시받은 군 관계자가 "팀원들이 지시가 위헌, 위법이라고 했다"며 지시와 관련해 내부 반발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오전 10시 15분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 사건 1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정성우 전 국군방첩사령부 1처장(준장)이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로 증인석에 나섰으며,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이 이어졌다.
정 전 처장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전산실 출입을 통제하고 서버를 넘긴다 △서버를 민간 수사기관에 넘기되, 상황이 여의찮으면 복사한다 △그것도 안 되면 서버를 떼어온다는 식으로 3단계 명령받은 당시 상황에 대해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상명하복'식으로 움직이는 군 조직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법무실의 검토를 받은 경위를 묻자, 정 전 처장은 "답답해서 조금 더 설명하겠다"며 입을 열었다. 정 전 처장은 "'군대는 상명하복 문화인데 왜 법무실 갔냐', '이해되지 않는다'는 식의 질문도, 비난의 화살도, 칭찬도 받고 있다"며 법무실에 검토를 요청한 이유를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정 전 처장은 "첫째, 팀원들이 '지시가 위헌, 위법이다'라고 하는데 어떻게 안 가느냐"며 "정당한지 따져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그는 "둘째, 선관위는 방첩사와 관계가 없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고 '설마 (부정선거를) 믿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섬뜩한 마음이 들어 다시 한번 법무 검토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정 전 처장은 "2년 전 대학원 과정 밟을 때 헌법과 형사소송법 강의를 들었다. 그때 내가 군인이기 때문에 12.12 쿠데타와 5.18 민주화 운동에서 비상계엄 군의 어떤 행동이 잘못됐는지 과제를 받아 발표했다"며 "그 당시 교수가 '평시에 비상계엄이 발생했을 때 군이 이용당하는 경우가 많다. 법적 문제 따져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강조했다.
정 전 처장은 지난 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여 전 사령관이) 2024년 5월경 부정선거와 관련해 확인한 뒤 알려달라고 한 적이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는 선관위 서버 확보 지시와 관련해 여 전 사령관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업무냐'며 법무 검토 결과 문제가 있단 내용을 보고했지만, 여 전 사령관이 귀담아듣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재판에는 12·3 비상계엄 당일, 국가수사본부에 '체포 대상자 명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구민회 국군방첩사 수사조정과장도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