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여당이 추진 중인 상법 추가 개정과 관련해 전문가 간담회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더 센 상법’ 개정을 벼르는 가운데 대통령실이 직접 전문가 의견을 들은 것이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자사주 의무 소각 등 여권에서 추진되는 다양한 주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용범 정책실장(사진)은 여당이 추진 중인 2차 상법 개정과 관련한 의견을 듣기 위해 이날 용산 대통령실로 전문가를 초청해 비공개 간담회를 했다. 상법 개정에 우호적인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와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 회장, 반대 측인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부회장과 최승재 세종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에는 하준경 경제성장수석도 참석했다.
이창환 대표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KR 서울사무소 창립 멤버 중 한 명으로 그가 이끄는 얼라인파트너스는 대표적인 국내 행동주의 펀드로 분류된다. 이 회장은 민주당의 상법 개정을 “기업 거버넌스의 정상화”로 평가하며 이를 적극 환영하고 있는 기업거버넌스포럼을 이끌고 있다. 최승재 교수는 주주 보호를 위해 이사충실 의무 대상을 확대하는 상법 개정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부작용을 더 우려하는 인사다. 정우용 부회장 역시 기업들의 우려를 정치권에 전달해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집중투표제 의무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여당이 추가로 추진하는 상법 개정 사안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주 의무 소각도 논의됐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방향성을 정해놓고 의견을 들으려는 건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대통령실이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양쪽 입장을 다 들어보겠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실이 어떤 입장을 내놓은 건 없었다”며 “충분히 듣고 쟁점을 정리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집중투표제는 회사가 여러 명의 이사를 선임할 때 소액주주가 자신의 의결권을 특정 이사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주총 때 감사위원인 이사를 일반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고, 이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은 1명 이상을 이 같은 방식으로 뽑도록 하고 있는데, 여당은 이를 더 늘리자는 입장이다.
재계는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이 우려된다는 입장인 반면, 찬성하는 측에서는 주주 권익 보호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