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내린 호우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곳곳에서 비관련 각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충남 서해안 일대에 쏟아진 시간당 100㎜가 넘은 폭우로 하천이 범람하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떨어졌고 일부 열차는 운행이 중단됐다. 수도권 등에선 침수 및 붕괴 사고가 발생해 사망자가 나타났다.
17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간밤에 내린 비로 가장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곳은 충청권이다. 충남 서산의 경우 1시간에 최대 114.9㎜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전날부터 400㎜ 쏟아지면서 지역 7월 강수 신기록을 세웠다. 이는 서산에서 지금 같은 기상관측을 시작한 1968년 1월 이후 서산의 7월 1시간 강수량으로는 역대 최고치다. 이날 새벽까지 서천 춘장대 266㎜, 태안 238㎜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밤사이에 200∼3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당진의 경우 당진천이 범람한 상태다. 지자체에선 주민들에게 대피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또한 당진, 서산, 아산, 예산, 홍성 등 5개 시·군에선 초중고교 휴교령도 내렸다. 충남지역에서는 84가구, 124명의 주민이 인근 마을회관이나 초등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폭우 영향으로 대전·충남 지역을 지나는 일부 열차 운행도 중지됐다. 코레일은 경부선 서울역∼대전역, 장항선 천안역∼익산역, 서해선 홍성역∼서화성역의 일반열차 운행을 일시 중지한다고 밝혔다.
충청권이 유독 비 피해가 심각했던 이유는 기압골 영향 때문이다. 성질이 다른 두 공기가 충돌하는 지점이 충청권이다. 이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고 앞으로도 내릴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고기압 등의 영향으로 남서쪽에서 북상해 들어오는 수증기를 북서쪽에서 내려오는 건조공기가 압축시키면서 극한 호우가 쏟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날 산림청은 오전 6시30분을 기해 대전·세종·충북·충남지역의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경기·강원은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 발령했다.
충남 서산과 경기 오산에선 비 피해로 인한 사망 사고나 나타났다. 이날 새벽에 서산시 석남동 한 도로에서 차량이 물에 잠겼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 당국이 구조에 나섰다. 6시 15분께 한 차 안에서 심정지 상태의 50대 남성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숨졌다. 앞서 지난 16일 오후 7시 4분께 가장동 가장교차로 수원 방면 고가도로의 10m 높이 옹벽이 무너지며 고가도로 아래 도로를 지나가던 승용차를 덮쳤다. 이 사고로 40대 남성이 숨졌다. 그는 사고 3시간 만인 오후 10시께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다. 현재 경찰은 가장교차로 부근 12개 지점에 경찰관 35명과 순찰차 11대를 투입해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서울도 큰 비 피해가 없지만, 현재 시에서 긴장한 상태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폭우에 강물이 불어나면서 시는 서대문구 증산교 하부도로를 이날 오전 6시 53분께 통행 제한했다. 그러나 8시 5분께 통제를 해제했다.
기상청은 금일 등 앞으로 더 많은 비가 앞으로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하루 추가로 내릴 비의 양은 충청 50∼150㎜(대전·세종·충남 최대 180㎜ 이상), 수도권 50∼120㎜(경기 남부 최대 180㎜ 이상), 전북 30∼100㎜(전북 서부 최대 150㎜ 이상), 광주·전남 20∼80㎜(전남북부서해안 최대 100㎜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해5도와 강원동해안엔 5∼40㎜ 비가 추가로 오겠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