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토류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이 세계 산업을 흔들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으로부터의 희토류 및 이를 활용한 영구자석의 물량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일본, 미국, 유럽 자동차 기업에서 생산 차질이 일시적으로 발생해 중국 주도의 희토류 공급망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이는 중국 정부가 전략적 불가결성을 활용한 공격으로 정치적 의도를 관철시킨 사례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의 산업경쟁력의 위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관세를 대폭 낮추고 중국도 희토류 수출의 정상화를 약속하면서 각국 경제의 급락 우려는 일단 후퇴했다. 그러나 중국발 희토류 공급 불안 재발 우려는 남아 있다.
희토류를 원료로 하는 영구자석은 자동차의 각종 모터, 로봇, 미사일 등에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EV, 풍력발전 등 차세대 그린 산업의 필수 품목이기도 하며 이 희토류를 장악한 중국이 차세대 에너지 및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쉬운 상황이 되었다.
물론 각국의 견제로 2011년 95%에 달했던 중국 희토류 세계 생산 점유율은 2023년에는 약 69% 정도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중국이 디스프로슘 등의 중(重)희토류의 생산 비중이 높은 데다 희토류를 제련하는 부문에서는 중국의 점유율이 90%대에 달한다. 사용처가 방대한 영구자석 부문에서도 중국의 지배력이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은 희토류 자원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종합상사의 소지츠, 정부계 JOGMEC(독립행정법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은 호주의 광산 기업인 라이너스(Lynas)에 약 180억 엔을 투자해 라이너스가 채굴한 디스프로슘 등을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제련하고 그중 최대 65%를 일본이 갖게 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일본 영토 가장 동쪽에 위치한 미나미토리시마의 근해에서는 방대한 양의 희토류 매장 지대가 발견돼 일본 정부는 국책사업으로 개발 중이며 2026년 1월부터 시험 채굴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본 기업들은 디스프로슘을 사용하지 않은 영구자석의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프로테리얼(구 히타치금속)의 경우 디스프로슘을 쓰지 않고 철을 주성분으로 한 제조 방법이나 모터 내부의 구조를 개선한 페라이트 영구자석을 개발해 성능 향상에 주력 중이다. 도요타 계열의 덴소는 철과 니켈의 초격자 자성 분말의 인공 합성에 성공해 영구자석으로 개발했으며 다이킨은 중희토류를 95% 이상 삭감한 공조기기의 판매에 나서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 및 기업은 희토류 리사이클 기술의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도요타는 리사이클 기술의 개량과 함께 자원 회수, 분리, 재활용에 이르는 공급망 정비에 주력 중이다.
물론 이 같은 희토류 대응책에도 불구하고 향후 상당 기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각국은 채산성이 낮고 정부 재정지원이 필요한 사업이라도 추진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동시에 당분간 중국과의 협력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도 세계 제2위의 희토류 매장량을 가진 베트남에서 추진 중인 프로젝트 외에도 일본, 미국, 유럽 각국과 협력하면서 제련, 리사이클을 포함한 공급망 강화책을 추진해야 한다. 당분간 디스프로슘에 중점을 둔 자원개발 및 제련 거점 확보, 대체 영구자석 기술개발, 리사이클 체제 강화 등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재생에너지 산업이나 EV 지원책을 후퇴시킴으로써 동맹국의 차세대 산업도 미국과 동반 위축될 우려도 있다. 반면 차세대 산업에서 희토류, 부품, 제품으로 이르는 공급망과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이 독주하기 쉬운 환경이다. 한·미·일을 중심으로 희토류와 차세대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을 연계적으로 세밀하게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