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이 비은 국그릇을 들고 가는 이 대통령의 옆모습 사진에서 얼굴은 잘려 있다.

이 대통령은 인재개발원을 방문한 뒤 2023년 '오송 참사' 현장인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공평 2 지하차도를 찾을 때도 사진에서는 이 대통령이 주인공이 아니었다.
상황을 설명하는 공무원이 가운데에 있고, 옆에 서서 경청하는 이 대통령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최근 대통령실이 공개하는 사진에는 이 대통령보다 주변 사람이 돋보이는 구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치 영역의 사진에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한가운데 크게 찍히는 게 통상적이지만, 최근 대통령실의 사진들은 정형화된 구도를 벗어나 있다.
지난 14일 이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반려견 '바비'와 함께 하는 모습을 대통령실이 SNS에 공개했는데 이때도 대통령 얼굴은 흐릿하게 포커스가 빠져 있었다.
지난 6월 26일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을 때도 의원들에 둘러싸여 손을 맞잡고 인사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의 양옆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손뼉을 치고 있었다.
6월 12일 이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을 방문했을 때 찍힌 사진 중에서도 초점이 이 대통령이 아니라 그의 시선 끝, 참사가 일어난 골목에 놓인 사진이 눈에 띄었다.
이 사진들은 대통령실 전속 사진사 위성환 작가가 찍었다. 프랑스 미술대학 베르사유 보자르 출신으로 파리 등에서 탱고 사진을 찍어온 위 작가는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 때 이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은 뒤 대통령실에 합류했다. 이후 대통령 동정 사진을 찍으며 과감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