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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이어 장마까지…‘날씨 전쟁’ 중인 전통시장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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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이어 장마까지…‘날씨 전쟁’ 중인 전통시장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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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엔 폭염이더니 이젠 비가 오네요. 비 그치면 더위에 습도까지 더해져서 손님이 확 줄어들 텐데 걱정입니다.”

    지난 15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성대전통시장. 매대에 놓을 과일을 정리하던 윤모 씨(60대)는 이 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전통시장은 날씨 영향을 정말 많이 받는다. 폭염이나 비 오는 날에는 손님이 기본 30%는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라며 “밖에 내놓고 파는 물건들이라 품질도 떨어지기 십상이다”고 덧붙였다.


    기록적인 폭염에 이어 이번 주 내내 장맛비가 쏟아지며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부분 노후한 구조에 실외 매장이 많은 전통시장 특성상 기온이나 강수에 따라 매출이 크게 출렁인다. 다음 주엔 또다시 고온다습한 날씨가 예보돼 상인들의 우려가 더욱 짙어지는 상황이다.
    비 오면 손님 끊기고, 더우면 상품 상해…“차라리 문 닫는 게 이득”
    실제 이날 오전에도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아케이드가 설치되지 않은 시장 골목에는 우산을 챙겨 든 손님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한 손엔 장바구니, 다른 손엔 우산을 든 채 비가 올 때마다 우산을 폈다 접었다 하며 물건을 고르는 모습에서 불편함이 묻어났다.

    지난 16일부터 주말까지도 전국에 강하고 많은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되면서 상인들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전통시장 내에서 6년째 반찬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 씨(60대)는 “일단 비가 오거나 너무 더우면 손님이 집 밖에 나오지를 않는다”라며 “특히 실내 공간이 없이 외부로만 이뤄진 우리 시장 같은 곳은 비오는 날이 장사가 가장 안된다”며 푸념했다.


    비가 그친 뒤 찾아올 폭염도 문제다. 오히려 장마가 끝난 뒤엔 습도까지 겹쳐져 이중고를 겪는다. 무더위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길 뿐 아니라 상품 관리에도 어려움이 따라서다. 넓고 쾌적한 쇼핑 환경을 갖춘 대형마트나 백화점으로 소비자가 몰리는 것도 전통시장엔 불리한 요소다. 실제로 여름철 무더위가 이어지면 냉방 시설이 잘 갖춰진 복합쇼핑몰로 ‘몰캉스(쇼핑몰+바캉스)’족이 몰리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민모 씨(30대)는 “기온이 오르면 과일은 쉽게 상하고 시금치 같은 잎채소들은 시드는 수준을 넘어 아예 녹아버린다”라며 “손님 입장에서는 품질이 떨어져 보이면 그냥 지나치게 된다. 비 오거나 폭염일 때에는 가게 문을 닫는 게 이득인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신선도 유지가 생명인 수산물은 더위에 특히 취약하다. 부패 속도가 빠르고 보관 조건도 까다로워서다. 수산물을 판매하는 오모 씨(40대)는 “폭염에는 매대에 얼음을 잔뜩 깔아놔도 금세 녹아버린다. 그래서 애초에 물건을 적게 들여오는 편”이라며 “수산물은 다른 품목들처럼 보관했다가 팔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저녁까지 안 팔리는 것들은 손해 보더라도 떨이로 팔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
    폭염·폭우에 속수무책…구조적 한계 뚜렷한 전통시장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전통시장 상인의 올 7월 전망 경기체감지수(BSI)는 69.9%로 지난 5월 대비 5.3%포인트 하락했다. 해당 지수가 100 초과인 경우 경기 실적이 호전됐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이면 경기가 악화했다는 뜻이다. 조사에 참여한 전통시장 상인 중 약 37%가 경기가 악화한 원인으로 ‘계절적 비수기 요인’을 꼽았다. 기록적인 폭염, 폭우 등 불안정한 기후가 전통시장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 같이 전통시장이 기후에 취약한 이유는 구조적 한계에 있다. 지난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전통시장 현황에 따르면 작년 기준 전국 전통시장 1388곳 중 아케이드가 설치된 곳은 약 67%에 그쳤다. 최근엔 전국 지자체에서 시장 골목의 더위를 식히는 쿨링포그를 도입하고 있지만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시설 개선뿐만 아니라 전통시장에 대한 정책적 지원제도도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전통시장은 구조적으로 냉방이나 우천 대응 시설을 제대로 갖추기 어려운 곳이 많다”라며 “최근 들어 일부 시설 개선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대형 쇼핑몰이나 마트와 비교하면 여전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시행 중인 온누리상품권 같은 지원 제도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라며 “예산을 늘리고 할인율이나 적립률 등을 높이는 방식으로 소비 유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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