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권행동 카라의 부동산 매각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라는 지난 10일 임시총회를 열고 서울 마포 더불어숨센터 매각 건에 대해 찬성 75표, 반대 63표로 가결했다. 현재 이 건물에 대해서는 일부 구성원의 신청으로 법원의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이 내려진 상태라 총회의 결정으로는 매각할 수 없다. 다만 법원에 이의신청 등 향후 절차를 위해 내부 의견을 취합한 것으로 보인다.
마포구 소재 5층짜리 이 건물은 카라가 후원금 등을 통해 지난 2014년 총 20억원에 매입했다. 지난 2011년 성악가 조수미씨가 건립기금으로 1억5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현재 이 건물의 가치는 41억원 정도에 달한다는 추정이 나왔다.
사측은 재정위기 타파를 위해 건물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사측은 5월 급여 집행 이후 남아있는 실운영자금이 9700만원→6월 6600만원→7월 3000만원로 악화하고 있다고 추계했다. 이러한 추세로 봤을 때 가을에 재정위기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자산 매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일부 구성원의 사내 후원금 부정·탈세 방조 및 동물폭행 등 의혹 제기가 후원금 감소 등 수익 악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대 측은 조직 및 수익 개선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맞섰다. 일각에서는 자산 매각을 진행할 정도의 위기는 아니며, 만약 사측의 말대로 위기라 하더라도 수익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뤄진 후 결정하는 게 맞다는 반박도 나왔다.
특히 노조 등 반대하는 이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단체 해산 가능성이다. 비영리법인의 재산은 기본재산과 운영(보통)재산으로 구분하는데, 현재 카라의 마포 건물은 기본 재산 목록에 등재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법인의 재정적 기반이 되는 건물은 기본 재산으로 등록할 것을 행정 지도했다. 만약 카라가 건물을 팔고 싶으면 총회 3분의 2 동의를 얻고, 기본 재산으로 정관을 변경한 후 주무 부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최근 카라를 중심으로 논란이 일자 농식품부는 동물단체 등 20여곳에 '비영리법인 자산의 철저한 관리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농식품부는 공문에서 "법인은 자산의 현황을 정관에 기재하고 자산의 변동이 있는 경우 정관을 변경하여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고 변경등기를 해야 함에도, 자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정관에 포함하지 않거나,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보유한 토지, 건물 등을 기본재산으로 명시하지 않고 보통재산과 동일하게 관리하는 사례가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며 "기본재산을 취득 또는 처분한 경우 절차에 따라 정관을 변경하여 우리 부에 변경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일반적인 영리 법인과 달리 카라와 같이 후원금 등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의 자산 관리에 엄격한 이유는 비영리법인은 민법과 공익법인법에 따라 공익성, 사적 유용 방지, 세제 혜택에 따른 관리 책임 등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러한 상황에서 자산을 매각하면, 단체 해산 사유가 될 수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비영리 법인 업무 편람에는 관련 내용이 존재하긴 한다. 사실관계를 계속 확인 중이다"라고 전했다.
이날 임시 총회에서 한 대의원 A씨는 전화 연결에서 전진경 대표가 그간 자신에게 사적인 전화를 하고 대외비를 자료를 보여주며 발언권을 주는 등 행위로 총회 의사 진행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전 대표의 언행을 의결권 침해이자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전 대표는 관련 부처가 그전까지는 아무런 고지가 없다가 반대 측의 다발성 민원이 들어가면서 공문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다수 시민단체 소유 건물은 보통재산으로 구분해 놓은 상태에서 농식품부가 보통 재산 매각 시 단체 해산을 거론하는 것은 '시민단체에 대한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대의원 A씨의 발언에 대해선 의결권 행사 독려하기 위한 행위였을 뿐 그의 발언이 명예훼손성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카라 관계자는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 판결이 났기 때문에 판결을 다시 재해석 받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기본 재산에 건물 없이 신고했을 때는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다가 이번에 농식품부가 문제를 제기한 부분에 대해선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노조 측 관계자는 "단체 해산 위험에도 불구하고 절차를 어기며 건물을 매각하려는 시도 자체에 너무 충격적"이라며 "앞으로 절차대로 건물을 기본 재산으로 등록하고 정상적으로 동물권 운동을 위한 단체운영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비영리 시민단체의 회계 투명성 강화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 회계기본법 추진을 담은 바 있다. 개별법을 아우를 수 있는 '모(母)'법을 만들어 보편적인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영리법인은 상법·자본시장법 등을 근거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등을 적용받는 받지만, 비영리법인은 분야마다 소관 법률과 주무 부처가 제각각인 상황이다.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회계기본법 제정 추진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