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품 경매사들이 경매를 앞두고 여는 전시는 한국에서 가장 ‘비싼 전시’일 때가 많다. 그때그때의 출품작을 거는 만큼 미술관 기획전과 같은 짜임새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작품 가액이나 작가의 이름값만큼은 같은 시기 국내에서 열리는 모든 전시를 통틀어 최상위권이다. 무료로 볼 수 있는 데다 한두 달에 한번씩 작품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종종 우연의 일치로 비슷한 결의 작품이 몇 점 나올 때면 꽤 볼만한 전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지금 서울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가 그렇다. 전시장에는 오는 22일 열리는 7월 경매 출품작들이 나와 있다. 이번달에는 푸른 색조의 출품작이 유달리 많았다. 서울옥션이 ‘Blue(靑)’ 섹션을 따로 꾸리고 관련 작품들을 모아놓은 이유다.


강요배의 2010년작 ‘움부리-백록담’(추정가 5500만~9000만원) 등 대형 회화 두 점에서는 청량한 기운이 두드러진다. 시작가 5억5000만원에 달하는 이우환 ‘동풍’(1984), 우고 론디노네가 2021년 그린 대형 수채 회화 작품(2억5000~4억원)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소형 작품도 눈에 띈다. 경매 첫 작품인 김창열의 가로 22.5cm, 세로 27.5cm 크기 2016년작 ‘물방울’(1500만~3000만원)이 대표적이다. 박수근의 연필 드로잉 ‘무제’(1000만~2500만원), 장욱진의 ‘길’(8000만~1억5000만원), 이배의 ‘붓질-138’(7000만~1억2000만원), 윤형근의 ‘무제’(1억1000만~1억8000만원)도 새 주인을 찾는다.


이 밖에도 고가의 대형 작품들로는 유영국의 ‘황혼’(4억5000만~6억원), 김창열의 ‘회귀’(2억2000만~3억5000만원), 아야코 록카쿠의 ‘Untitled’(시작가 4억5000만원) 등이 나왔다. 니콜라스 파티가 상자에 그린 드로잉 ‘Dinner for 24 Animals’(3200만~6000만원)도 재미있는 작품이다. 서울옥션이 운영하는 미술품 전문 수장고 ‘장흥 아트 스토리지’의 1년 이용권(8평형)도 눈길을 끈다. 2400만원 상당의 이 이용권은 1000만원에서 경매를 시작한다.
경매 출품작을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전시는 오는 22일까지 열린다.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