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일선 공무원이 스스로 합리적으로 판단해 선의를 가지고 하는 일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책임을 묻지 않는 제도와 풍토를 꼭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책 효용성을 따진다는 명분으로 정권 교체 후 ‘표적 감사’의 수단으로 동원돼온 정책감사 제도를 일부 손질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연수를 받고 있는 5급 신입 사무관 300여 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고시에 합격해 이제 막 입직한 수습 사무관에게 직접 특강을 한 건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이다. 이날 특강은 ‘국민주권시대, 공직자의 길’을 주제로 약 1시간30분간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어느 날부터 (공무원 정책이) 실패하면 ‘너 왜 이렇게 결정했어’라고 책임을 묻는 이상한 풍토가 생겼다”며 “이러다 보니 공직자가 주어진 일 외에 책임질 여지가 있는 일은 절대로 안 하기로 마음먹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직자들이 선의를 가지고 하는 일에 대해 다른 목적으로 사후적 책임을 묻는 일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조달청 업무보고를 받는 국무회의 자리에서 감사나 수사 걱정 때문에 공공기관이 혁신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상황을 언급하며 과도한 정책감사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경기지사 때 일화를 소개하며 “돈은 마귀”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돈은 절대 마귀의 얼굴을 하고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가장 아름다운 천사, 친구, 친척, 애인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며 “기본에 관한 것인데, 공직자는 청렴해야 한다”고 했다.
특강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한 사무관은 지역 균형발전 정책 구상을 물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각 지역이) 전기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미래 첨단 기술산업들을 대대적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세제든, 교육제도든 다양한 지원 정책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답했다. “젊은 층의 공직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보수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자 “우리 사회의 우수한 자원이 과학기술, 첨단산업 등에 더 많이 투입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