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가 그간의 공백을 깨고 6년 만에 '녹색 지옥'이라고 불리는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 레이스에 복귀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출전을 통해 '사람의 성장과 단련이 더 좋은 차를 만든다'란 도요타의 모터스포츠 철학을 몸소 보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14일 업계에 따르면 마스터 드라이버 '모리조'로 활동하고 있는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뉘르부르크의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열린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 레이스를 완주했다. 뉘르부르크링 24시는 총길이 25㎞가 넘은 서킷은 170여개의 코너와 최대 300m에 달하는 높낮이, 급변하는 날씨 등으로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레이스 트랙으로 꼽힌다. 때문에 자동차 개발을 위한 테스트베드로도 평가받고 있다.
모리조의 뉘르부르크링 24시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모리조는 2007년 그의 스승 '나루세 히로무와 함께 뉘르부르크링 24시에 첫발을 디딘 바 있다. 그의 장남인 도요다 다이스케도 출전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모리조는 GR야리스를 타고 약 25㎞의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15바퀴 돌았다고 한다.
'사람의 성장과 단련이 더 좋은 차를 만든다"...몸소 증명한 도요다 회장
도요타가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 레이스에 복귀한 데는 이유가 있다. 도요다 회장 '모리조'의 오랜 염원 때문이다. 도요타의 모터스포츠 연대기를 살펴보면 차와 함께 사람이 성장하는 스토리가 담겨있다. 레이스를 단순히 차량 성능을 시험하는 무대로 보지 않고 엔지니어와 드라이버가 극한의 환경 속에서 한계를 시험하고 실패를 반복하며 자신을 단련하는 무대로 여긴다.도요다 회장은 과거 스승 나루세 히로무와 함께 여러 차례 겪었던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GR 야리스를 직접 몰고 완주하며 기술뿐만 아니라 사람의 성장과 단련이 더 좋은 차를 만든다는 도요타의 철학을 온몸으로 증명하기 위해 뉘르부르크링 24시 복귀를 택했다. 도요다 회장은 스승 나루세로부터 "자동차는 말이나 데이터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손으로 만지고 경험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도요다 회장의 이러한 행보는 도요타는 기술과 함께 '사람'을 하나의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는 평가다. 전동화라는 흐름 하래 자동차 제조사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판매·서비스·생산 등 전반적인 구조 혁신을 추진하고 있지만, 더 좋은 차를 만드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라는 믿음이 바탕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사람과 차가 함께 성장한다"...한국에서도 철학 실현
도요타의 '사람과 차가 함께 성장한다'란 철학은 한국에서도 실현되고 있다. 전국 14개 대학 및 고등학교와 산학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전동화 기술 교육을 확대해오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도요다는 아주자동차대학교와의 산학협력을 통해 현장 중심의 실무형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다.한국도요타자동차는 기술뿐 아니라 사람의 성장을 중시하는 도요타의 글로벌 철학을 바탕으로 현장 중심의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 전수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경기도 용인에 '토요타 트레이닝 아카데미'를 새롭게 설립했다. 이는 전국 도요타·렉서스 딜러의 테크니션, 서비스 어드바이저, 세일즈 컨설턴트 등에게 도요타 생산방식과 고객 중심의 실무 교육을 제공하는 최첨단 교육 거점으로 서비스부터 세일즈까지 아우르는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다룬다.
이곳에서는 서비스 어드바이저, 일반 정비, 판금, 도장, CR 등 다양한 부문에서 딜러 직원들이 역량을 겨루고 팀워크를 강화하는 기술 경연의 장인 '토요타·렉서스 스킬 콘테스트'가 격년으로 열린다.2년 전부터는 세일즈 컨설턴트 부문 신설과 함께 전기차 기반 실습 평가를 도입하며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게 교육하고 있다.

한국도요타자동차는 자동차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한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참가한 '2025 보령·AMC 국제 모터 페스티벌'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현장에는 도요타 가주 레이싱 부스가 설치돼 △GR 수프라 스톡카 △GR 수프라 △GR86 등 GR 브랜드의 주요 모델을 전시해, 도요타의 레이싱 DNA와 퍼포먼스 철학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더불어 △GR86 드리프트 동승 체험 △렉서스 LX 700h 오프로드 동승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승 프로그램 △RC카 레이싱 △서킷 시뮬레이터 △포토존 등 다양한 참여형 콘텐츠를 통해 모터스포츠 문화를 쉽고 즐겁게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도요타자동차는 앞으로도 ‘차와 사람의 동반 성장’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미래 자동차 산업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고 모터스포츠 체험과 전동화 교육을 결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속할 수 있는 미래를 이끌어갈 전문 인재 육성과 자동차를 즐기는 문화의 저변 확대에도 힘쓸 계획이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