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사가 대면 진료 없이 전화로 한약을 주문받고 택배로 배송한 행위가 약사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약사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9월 자신이 운영하는 한약국을 방문한 B씨에게 문진을 거쳐 다이어트 한약을 판매했다. 이후 두 달 뒤인 B씨가 전화로 동일한 한약을 추가 주문하자 이를 별도 대면 없이 택배로 발송했다.
검찰은 A씨의 행위가 약사법 제50조 제1항의 ‘약국 또는 점포 이외 장소에서의 의약품 판매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한약은 단순 건강기능식품이나 가공식품과 달리, 피고인이 개인 특성에 맞춰 조제한 것이므로 약사법상 의약품에 해당한다”고 보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B씨가 동일한 한약을 복용한 뒤 특별한 이상이 없었고, 성분도 동일하며 문진의 필요성도 없었다는 점을 들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전화통화로 판매 및 배송이 이뤄졌지만, 의약품 판매를 구성하는 주문·조제·복약지도 등의 주요 행위가 한약국 내에서 이뤄진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약 주문은 한약국 내에서 이뤄지지 않고 전화로 이뤄졌고, 이로 인해 대면 상태에서 신체 변화를 확인하거나 그에 맞는 조제 및 복약지도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 사건 판매 행위는 약사법이 정한 장소 제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의약품의 주문, 인도, 복약지도 등 일련의 판매 행위가 한약국 내에서 이뤄졌거나 그와 동일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원심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