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댄 케인 미국 합동참모의장이 1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Tri-CHOD)에서 “북한과 중국은 그들 자신의 의제를 추진하기 위해 명확하고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전례 없는 군사력 증강을 이어가고 있다”며 “미국의 초점은 억지력을 재정립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3국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도 미·일과 함께 중국 견제에 동참해야 한다는 미 정부 방침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美, 중국 견제에 한국 동참 압박
이날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에서 케인 의장은 첫머리발언을 통해 “우리 각국의 역사에서 매우 중대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케인 의장은 “이제는 북한 위협에만 국한되지 않고 진정한 책임 분담을 향해 함께 미래의 길을 밝혀나가고 있다”고도 했다.케인 의장은 2014년 7월 1일 하와이에서 열린 첫 합참의장 회의를 거론하며 “당시엔 거의 전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라는 새롭게 부상하는 안보 과제를 논의했다”며 “오늘날 매우 섬세한 역사의 장으로 나아가야 하는 책임을 3국이 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안보협의체)와 더불어 상호방위조약 상대국인 한·일과의 협력을 중국 견제의 핵심 축으로 만들려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대만 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일본은 물론 한국도 일정한 역할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케인 의장의 발언은 인도·태평양 지역 내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의 태세 조정과 한국군의 역할 확대를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최근 피터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내 주요 인사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주한미군 참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헤그세스 장관이 지난 3월 국방부에 배포한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에는 동맹국들이 북한·이란 등의 위협 억제에서 대부분 역할을 담당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제주 공해상 B-52H 폭격기 전개
이날 케인 의장의 발언은 김명수 합참의장이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한·미·일 공조 강화를 강조한 직후 나왔다. 김 의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고, 역내 안보 도전 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의 추동력을 유지하고 지속 발전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요시다 요시히데 일본 통합막료장(합참의장)은 “한·미·일 방위 협력이 각국의 정치적 상황에 흔들리지 않도록 구체적인 제도화를 추진하자”며 “인·태 정세가 점점 더 복잡하고 불확실해지는 가운데 이번 회의를 출발점으로 한·미·일 협력이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핵심 축이 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일본 통합막료장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15년 만이다.
한·미·일은 군사적 협력 선언과 함께 이날 제주도 남방 공해상에서 연합 공중 훈련을 했다. 미 공군은 올해 처음으로 전략폭격기 B-52H를 한반도 주변에 전개했고, 한국 공군 KF-16 전투기와 일본 항공자위대 F-2 전투기가 폭격기를 호위했다. 폭장량이 31t에 달하는 B-52H는 적 대공미사일 사정거리 밖에서 대량의 공대지·공대함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어 중국과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략 무기다.
3국은 오는 9월 ‘프리덤 에지’ 훈련도 실시하기로 했다. 작년 6월 처음 시작한 이 훈련은 해상 미사일 방어, 방공전 및 공중 훈련, 대잠수함 훈련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진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