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을 유혹해 금품을 뜯어내는 여성, 이른바 '꽃뱀'을 주제로 한 게임이 중국에서 출시돼 성차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지난달 중국에서 출시되자마자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에서 인기 목록 1위에 오른 '꽃뱀 게임(撈女遊?·라오뉘유시, 별칭 꽃뱀들에 대한 복수)'을 둘러싸고 중국 내에서 여성혐오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자기 돈을 노리고 접근해 유혹하는 여성들을 상대하는 남성 주인공 역할을 하게 된다.
이 같은 설정 탓에 게임이 모욕적인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개보다 더 잘 복종해. 이런 멍청한 놈들이 많았으면 좋겠네", "남자가 널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 얼마나 (돈을) 많이 쓰는지 보면 돼" 등 게임에 등장하는 여성의 대사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게임은 연애를 빙자한 사기꾼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는 가운데 비판이 거세지자 제작사 측은 게임의 이름을 아예 '로맨스 사기 방지 시뮬레이션'으로 바꿨다.
제작진은 "여성을 겨냥할 의도는 없었다"면서 "요즘 연애의 감정적 경계와 회색지대에 대해 열린 대화가 이뤄지기를 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제작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 이후 게임 총괄 디렉터이자 홍콩 출신 영화감독인 마크 푸는 현재 여러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게임에 대한 지지자들은 "모든 여성이 꽃뱀이라는 게 아닐뿐더러 로맨스 사기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제기되는 비판들이 지나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2023년 기준 로맨스 스캠 사기로 인한 범죄 피해액은 20억위안(한화 약 381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논란과 별개로 해당 게임 판매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 중국 PC 게임 순위에서 상위 10위 안에 들며 지난해 중국에서 크게 흥행한 '검은 신화: 오공'을 제쳤다.
전통적인 성 역할을 강조하고 성평등 활동가들에 대한 탄압까지 자행되는 중국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러한 차별적 요소가 있는 게임이 기존의 성별 규범을 더욱 강화한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BBC는 짚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