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를 넘어섰다.”
올해 4월 13일 개막한 일본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 대한 중간 평가다. 오는 10월 13일까지 열리는 이번 엑스포가 반환점을 앞두고 재평가받고 있다. 개막 초반만 해도 흥행이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관람객이 크게 늘어 손익분기점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8일 일본국제박람회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엑스포 누적 방문객은 1080만9465명을 기록해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시게 히로유키 협회 사무총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1000만 명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4일까지 누적 티켓 판매는 1554만1579장으로 1500만 장을 돌파했다. 협회가 ‘흑자 기준’으로 삼은 1840만 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도쿠라 마사카즈 협회 회장은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한 달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초 협회가 목표로 잡은 방문객은 2820만 명이었다. 엑스포 기간(183일)을 감안하면 하루 평균 15만명가량 입장해야 한다. 그러나 개막 첫 1주일 동안 방문객은 하루 평균 10만 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개막 초반 휴대폰 통신 환경이 좋지 않아 입장용 QR코드를 표시하지 못해 혼잡을 빚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협회는 매일 회의를 열고 개선을 거듭했다.
5월 들어 효과가 나타났다. 하루 입장객이 10만 명을 넘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로 기네스북에 오른 ‘그랜드 링’ 등이 입소문을 탔다. 엑스포 마스코트 ‘먀쿠먀쿠’도 인기몰이를 했다. 2022년 공개 당시 ‘괴물 같다’는 혹평이 나왔지만 개막 한 달을 넘어가며 관람객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6월 들어 하루 평균 관람객이 13만 명까지 늘었다. 도쿄 디즈니랜드의 작년 하루 평균 입장객(7만6000명)보다 두 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지난달 28일에는 개막 후 최대인 20만2819명을 찍었다.
협회는 관람객이 증가하자 이달부터 엑스포 내 레스토랑, 상점 등 영업 시간을 오후 9시30분까지로 30분 연장했다. 지역 경제도 살아나고 있다. 일본은행 오사카지점이 1일 발표한 긴키(오사카 등 2부, 나라 등 4현) 지역 6월 기업 단기경제 관측 조사에서 업황판단지수(DI)는 2개 분기 만에 개선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엑스포 개최에 따른 역내 소비 확대가 버팀목이 됐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엑스포를 ‘외교의 장’으로 톡톡히 활용하고 있다. 참가국마다 정한 ‘내셔널 데이’ 등에 맞춰 각국 정상급 인사가 줄지어 방문하고 있다. 지난달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등이 엑스포를 찾았다. 11일 ‘중국의 날’ 행사에 맞춰 중국 ‘경제 실세’ 허리펑 부총리의 방문을 조율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이 허 부총리의 방일을 통해 대일 관계를 중시한다는 모습을 연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