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40여건 이상의 판결이 선고됐다. 대부분의 판결은 건설업이나 제조업 현장이나 기계설비에 끼임, 추락, 매몰 등으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탓에 사업주들은 무더위 등 날씨로 인한 재해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에 건설현장에서 철근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열사병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대전지방법원 2025. 6. 13. 선고 2024고단2464 판결). 설비 끼임이나 토사 매몰 등과 같은 작업현장의 위험성이 아닌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판결이다. 열사병이란 고온다습한 곳에서 몸의 열을 발산하지 못하여 생기는 병을 의미한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산업재해’란 ①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②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③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는 결과를 야기하는 재해를 의미한다.
위 판결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이므로 위 ①항에 따른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함은 별론하고 있고, 위 ③항과 관련하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별표1에서도 직업성 질병의 종류로 ‘고열작업 또는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으로 발생한 심부체온상승을 동반하는 열사병’을 들고 있다(제24호). 따라서 사망까지는 이르지 않더라도 1년 이내에 3명 이상의 열사병 환자가 발생한 경우에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될 수 있다.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이 발생한 종사자들이 하나의 사업에 소속되어 있다면 사업장이나 발생 시점을 달리하는 경우라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대상인 중대산업재해 해당하고, 예를 들면 ①폭염 경보가 발령된 여러 사업장에서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을 한 경우, ②사업장이 여러 곳에 분포하였더라도 각 사업장의 용광로에서 광물을 제련하는 동일, 유사한 공정의 고열작업을 하는 경우 등이다(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 14쪽).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약칭 ‘안전보건규칙’)에서는 사업주에게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하여 열사병 등의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적절하게 휴식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제566조).
근로자들이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추어야 하고,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그늘진 장소를 제공하여야 하며, 휴게시설을 설치하는 경우에 고열과 격리된 장소에 설치하여야 한다(제567조). 또한 작업 중 근로자의 작업복이 심하게 젖게 되는 작업장에는 탈의시설, 목욕시설, 세탁시설 및 작업복을 말릴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여야 하고(제570조), 근로자가 작업 중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 장소에 소금과 깨끗한 음료수 등을 갖추어 두어야 한다(제571조).
고용노동부에서는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으로 ①물(시원하고 깨끗한 물 제공), ②그늘(작업자가 일하는 장소에서 가까운 곳에 그늘진 장소 마련), ③휴식(폭염특보 및 주의보 발령 시 휴식시간 부여, 무더위 시간대 옥외작업시 근무시간 조정 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기상청에서 ‘폭염경보’나 ‘폭염주의보’ 발령시는 사업주에게 근로자 건강장해 예방조치 의무가 인정될 소지가 매우 크므로, 기상청 발표 내용에도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위 판결에서도 기상청에서 ‘폭염경보’ 기상특보를 발표할 정도로 무더운 날씨인 경우에는 근로자가 폭염에 노출되어 열사병과 같은 건강장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주의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기상청이 발표하는 폭염특보는 두 단계로 나뉘는데, ‘폭염주의보’는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때, ‘폭염경보’는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특보가 발령된다. 여기에 체감온도도 고려되는데, 특히 콘크리트 등은 복사열로 인해 기온이 더 치솟을 수 있고, 열대야 등으로 체감온도가 올라갈 수도 있다.
따라서 옥외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여 안전보건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휴식시간 부여, 그늘진 장소 제공, 소금과 깨끗한 음료수 제공 등의 의무가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폭염특보 발령시는 열사병이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으므로 이에 대비한 작업중지, 위험요인 제거 등 대응조치에 관한 매뉴얼을 작성하는 등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에도 만전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을 하다 근로자가 쓰러졌다고 해서 반드시 열사병으로 단정할 수도 없고, 사망의 원인이 열사병인지 여부도 확인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더위로 인한 열사병 가능성은 언제든지 상존하므로 작업 시작에 앞서 근로자 보호를 위한 안전조치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기계설비 등 작업현장의 위험성, 잘못된 작업 방식 외에도 기온이라는 자연적 요소로 인해서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안전보건 조치의무는 단순히 형사상 처벌을 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견디기 힘든 무더위 속에서 일하는 근로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일 것이다.
마트에서 쇼핑 카트를 관리하는 근로자나 택배 근로자 등 폭염 속에서 업무를 하는 근로자들에게는 상시 열사병의 위험이 있다 할 것이다. 특히 외부에서나 건물 내부라 하더라도 냉방시설이 없는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특히 법령에서 규정한 기본적인 안전보건 관련 의무는 충실히 이행되어야 한다.
진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