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달 26일 경기 기흥캠퍼스 SDR(삼성디스플레이리서치)에서 열린 임직원과의 소통 행사 디톡스(D-Talks)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사장은 2030년까지 매출을 지난해보다 1.5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해 매출이 29조2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45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얘기다. 이날 행사는 이 사장이 삼성디스플레이 사령탑에 오른 뒤 공식적으로 임직원을 처음 만난 자리였다.

◇1위 지위도 위협
이 사장은 이날 차별화된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수차례 언급했다. 다른 내용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기술 격차와 기술 개발 등을 강조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BOE, 비저녹스, 차이나스타 등 중국 회사의 추격에서 달아날 ‘유일한’ 해법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삼성디스플레이는 시장의 주력인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 현재 글로벌 1위 사업자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가전 및 스마트폰을 만드는 중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이구환신(낡은 전자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시 보조금 지급) 정책’ 등에 힘입어 값싼 자국산 OLED 채택률을 높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점유율이 2022년 1분기 73.9%에서 올해 1분기 45.7%로 감소한 이유다. 반면 같은 기간 2위인 BOE는 10.2%에서 18%로 높아졌다.
회사 실적에 영향이 없을 리 없다. 2022년 34조3800억원에 달하던 매출은 지난해 29조2000억으로 15% 이상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조9500억원에서 3조7000억원으로 38% 급감했다. 중국 기업의 추격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정체 여파를 1위 사업자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온몸으로 맞은 것이다.
◇사업 다변화 시사
이 사장은 삼성디스플레이 창사 이후 첫 디스플레이 엔지니어 출신의 최고경영자(CEO)다. LCD(액정표시장치)사업부를 거쳐 중소형 OLED 기술 개발, 8.6세대 IT용 OLED 투자 등 주요 굵직한 의사 결정이 모두 이 사장 손을 거쳐 이뤄진 만큼 누구보다 기술의 중요성을 잘 안다. 이런 이 사장이 취임 후 임직원과의 첫 대면에서 기술을 통한 성장을 당부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올초 전 계열사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하면서 삼성의 훼손된 기술력 복원을 주문한 바 있다.이날 이 사장은 내년 출시 예정인 애플 폴더블폰에 들어갈 폴더블 디스플레이 선행개발팀에 특별 포상금을 전달했다. 기술 개발팀에 특별상을 준 것은 이례적이다. 임직원 모두에게 선행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거듭 상기하면서 성과를 낸 임직원을 독려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에 폴더블 디스플레이 전량을 납품하기로 했다.
이 사장은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차세대 제품 중심으로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스마트폰에 주로 들어가는 중소형 OLED 위주에서 △모니터, 태블릿PC에 들어가는 IT용 △차량용 △확장현실(XR) 기기용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분야 등의 기술력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제품 영역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