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방탄소년단(BTS) 슈가가 영화 ‘머니볼’로 유명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야구단 애슬레틱스(옛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주주가 된다. 라스베이거스로 연고지를 옮기고 홈구장을 짓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 중인 애슬레틱스에 7000만달러(약 955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애슬레틱스와 한국이 낳은 최고의 스포츠 스타 박찬호, 국보급 뮤지션 BTS의 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새 홈구장 건립 위해 투자 유치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박찬호의 스포츠매니지먼트사 팀61은 애슬레틱스에 7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팀61 중심으로 사모펀드를 결성해 애슬레틱스가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하는 구조다. 투자가 마무리되면 애슬레틱스 지분 약 2~3%를 확보한다. 이 펀드에는 팀61을 비롯해 슈가, 이만득 삼천리그룹 회장, 황인선 어센드파트너스 대표, 마이크 주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투자은행 부문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출자자로 참여하기로 했다.
애슬레틱스는 2011년 개봉한 영화 ‘머니볼’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1901년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감독이자 구단주인 코니 맥이 창단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아홉 차례나 차지한 구단이지만 최근 사정은 좋지 않다. MLB의 대표적인 ‘배고픈 구단’으로 우수한 선수를 영입하지 못해 성적이 바닥을 기었다. 애슬레틱스의 2024시즌 선수단 급여 총액은 6200만달러(약 846억원) 수준으로 MLB 30개 구단 중 가장 적었다. 애슬레틱스는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부진한 성적에 팬들도 떠났다. 애슬레틱스의 2024년 홈 경기 평균 관중은 1만1528명에 그쳤다. 30개 구단 중 꼴찌다.
애슬레틱스는 결국 1968년부터 안방으로 삼은 오클랜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라스베이거스를 새 연고지로 확정하고, 2028년 완공을 목표로 17억5000만달러(약 2조4000억원)를 투입해 새 홈구장을 짓고 있다. 이번 투자 유치 역시 이 홈구장을 짓는 데 투입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 중이다.
애슬레틱스는 라스베이거스로 연고지를 옮긴 뒤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두꺼운 팬층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해 강팀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팀 성적이 좋아지고 팬이 늘어나면 구단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찬호 등이 펀드를 결성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기로 한 배경이다.
◇박찬호·슈가와 협업 기대
애슬레틱스 주주로 합류하는 박찬호와 슈가 등이 구단과 어떤 협업에 나설지 주목된다. 박찬호는 MLB 인기 구단 LA 다저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등을 거쳐 국내 프로야구단 한화 이글스에서 선수 생활을 마친 뒤 최근에는 야구와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야구와 직접 관련된 일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박찬호가 애슬레틱스에서 실무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멤버들이 군 복무를 마쳐 완전체로 복귀를 준비하는 BTS와 애슬레틱스의 협업도 기대된다. 슈가는 BTS 중에서도 특히 야구에 관심이 많은 멤버다. 류현진이 LA 다저스에서 활약하던 시절 슈가가 다저스타디움을 방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애슬레틱스가 한국 선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애슬레틱스 소속으로 MLB 무대에 선 한국 선수는 지금까지 없었다. 박효준이 애슬레틱스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뛰고 있지만 메이저리그에 진입하진 못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