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강화된 ‘3% 룰’을 적용받는 상장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감사위원회가 설치된 749개사가 그 대상이다. 이 기업들은 내년부터 사외이사인 감사위원도 현재 사내이사인 감사위원처럼 ‘합산 3% 룰’을 적용받는다. 합산 3% 룰은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합쳐 총 3%로 제한하는 것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감사위원 선임을 둘러싸고 분쟁을 벌이는 기업이 폭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행동주의 펀드는 물론이고 액트(ACT) 같은 플랫폼을 활용한 소액주주 움직임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합산 3% 룰 도입 영향은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장회사의 전자주주총회를 의무화하고,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전환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상장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내년 7월 시행되는 합산 3% 룰 도입 확대다. 현재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기업은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출할 때도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사내이사 감사위원 선임 때만 합산 3% 룰을 적용하고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에 대해서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각각 3%까지 허용하는 ‘개별 3% 룰’을 인정했다.
3% 룰이 바뀌면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456개사를 포함한 749개사가 떨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자사주를 활용해 교환사채(EB) 발행에 나섰다가 주주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태광산업의 감사위원을 선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트러스톤 관계자는 “내년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감사위원 선출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광산업은 최대주주(30%)와 자녀(7%), 계열사(11%) 등으로 지분이 분산돼 있다. 현행 제도 아래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각각 3%의 의결권을 행사해 총 9% 이상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이번 개정안이 도입되면 전체 지분 중 3%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조원 미만 기업 중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기업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50곳이 넘는다”며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에도 합산 3% 룰이 적용되면 감사위원회 설치를 철회하거나 사외이사를 줄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액트’ 플랫폼으로 결집 쉬워져
전자주주총회는 내년 1월 도입된다. 시장에선 강화된 3% 룰이 전자주주총회와 결합하면 그 파괴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액트와 같은 주주행동 플랫폼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개인 지분 정보를 파악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대주주에 반하는 이사 선임을 권유할 수 있다. 대주주에 반대하는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결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진 셈이다. 소액주주 및 행동주의 펀드에서 감사위원을 직접 선출하는 사례가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산운용업계는 이번 상법 개정안 통과가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일부 운용사는 코스피지수가 단기간에 3500을 넘어설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내놨다.
다만 개정안 통과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기업의 의사 결정 구조가 변화한다고 해도 지속적인 실적 성장이 뒷받침돼야 주가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