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북부지청이 ‘서울북부지검’으로 승격된 이후 이곳을 거친 검사장 중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장관 등 고위직에 오른 인사는 총 5명에 달한다. 지난 1일 정진우 검사장(사법연수원 29기)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면서 북부지검장 출신 검찰 고위직은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같은 기간 서울남부지검은 1명 서부지검, 동부지검은 각각 2명에 그쳤다.
‘화려함’보다 ‘내실’다지는 곳
서울북부지검은 남부지검이나 동부지검에 비해 대외적으로 주목받는 '대형 수사'와는 거리가 있는 조직이지만 실무 중심의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오히려 검사장 인사 성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북부지검은 특수·공안 전담 부서를 두지 않고 형사1~6부, 공판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등 형사 사건 중심의 실무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지검 내 유일한 합동수사단인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부장검사 이일규)도 보조금 부정 수령 등 국가 예산 관련 범죄에 역량이 집중돼 있어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수사와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김건희 여사의 ‘건진법사’ 의혹, 테라·루나 사태 등 전국적 이목을 끈 사건들을 연이어 수사해 온 남부지방검찰청과는 대조된다. 남부지검은 금융증권범죄합수단과 가상자산범죄합수단(부장검사 박건욱)을 중심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는 굵직한 사건을 전담해 왔다. 특히 남부지검은 여의도 일대를 포함한 영등포구를 관할하고 있어 증권사와 코인거래소, 금융감독원 등 금융 관련 기관들이 밀집한 지역 특성상 금융·가상자산 수사의 중심지로 기능해 왔다. 동부지방검찰청도 민생과 직결된 보이스피싱범죄합수단을 운영하고 지난 4월 '쿠팡 검색 순위 조작 사건'을 수사하면서 등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렇다고 북부지검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아니다. 국가재정범죄합수단(부장검사 이일규)은 2023년 12월 새만금 태양광 사업 비리 의혹 수사에 착수해 같은 달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처럼 수사의 범위나 파급력 측면에서는 주목도가 덜하지만 김사장 입장에서 조직 안정성과 실무 경험 축적 측면에서는 인사에 유리한 구조라는 평가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북부지검은 정치적 사건이나 외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 서울권 검찰청 중에서도 업무 역량을 집중적으로 쌓기에 적합하다”며 “화려한 특수 수사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검사들이 주로 배치돼 되는 만큼 실적도 돌어지니않아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장관급 인사도 다수
이같은 이유로 북부지검장을 거쳐 검찰 지휘부로 진출한 사례도 적지 않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사법연수원 14기)은 2009년 1월부터 8월까지 북부지검장을 지낸 뒤 2011년 8월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김오수 전 총장(20기)도 2014년 1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북부지검장을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차관을 역임한 뒤 2021년 6월 검찰총장에 발탁됐다.장관급 또는 1급 이상 고위직으로 진출한 인물도 여럿 있다.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사법연수원 10기)과 이창재 전 차관(19기)이 대표적이다. 이 전 차관은 2013년 4월부터 2014년 1월까지 북부지검장을 지낸 뒤 2015년 법무부 차관에 발탁됐고, 2017년 5월부터 두 달간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았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이완규 법제처장(23기)도 북부지검 차장검사 출신이다. 그는 2016년경 북부지검 차장을 거쳐 대통령직인수위 법률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뒤, 2022년 10월 제23대 법제처장에 임명됐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