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낮 12시께 서울역 11번 승강장 앞. 짙은 청색의 고속열차(KTX) 6량이 플랫폼에 들어섰다. 미끄러지듯 들어오는 동안 기존 KTX와 비교해 소음이 거의 없었다. 현대로템이 13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납품한 ‘2세대 KTX-이음’(사진)의 첫 모습이었다.
시승 열차는 서울역부터 광주송정역까지 약 300㎞를 2시간10분 동안 달렸다. 시승 시 가장 놀란 건 승차감과 소음이었다. 일반 KTX와 달리 덜컹거리거나 흔들리는 현상이 눈에 띄게 줄었다. 실제로 승차감 계수는 2.5(기존 KTX)에서 2.0으로 낮아졌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총 5단계로 나뉘는 승차감 계수는 차량 진동수 대비 진동 가속도를 수치로 나타낸 지수로, 2 이하는 ‘좋음’에 해당한다.
터널을 통과하거나 정차할 때도 체감될 정도로 조용했다. 최고 운행 속도인 시속 260㎞에서 실내 소음은 기존 KTX보다 5dB(데시벨)가량 낮은 68dB 미만으로 나왔다. 지하철(80dB)보다 조용하고 일상적인 대화(65dB)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천장에 방음재를 추가하고, 측면과 바닥에는 각각 흡음을 위한 팽창폼과 고차음합판을 깔아 조용한 열차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며 “성능이 개선된 서스펜션(완충 장치)과 차체 하부에 보강재를 더해 승차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실내 좌석은 여객기의 비즈니스 좌석과 비슷해졌다. 좌석마다 인터넷, 유튜브 등을 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이 설치됐다. 화면 아래엔 휴대폰 무선충전기도 마련됐다. 전 객실과 화장실에는 악취를 줄여주는 공기청정기가 들어갔다.
현대로템이 코레일에 납품한 2세대 KTX-이음은 84량이다. 6량마다 1대로 편성돼 열차로 따지면 총 14대다. 납품 완료일인 10월 31일보다 약 4개월 일찍 공급을 마쳤다. 300여 곳에 이르는 납품 업체와의 긴밀한 소통으로 시험 검증 기간을 단축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열차는 하반기께 준고속선인 강릉선(서울~강릉)에 투입된다. 고속선과 일반선이 섞여 있는 경부선과 호남선에선 당분간 운행 계획이 없다.
현대로템은 2세대 모델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을 앞둔 호주를 가장 우선해서 공략해 볼 생각”이라며 “아랍에미리트(UAE), 동유럽 등에서도 수주 전략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KTX가 개통된 지 20년 만인 지난해 현대로템은 우즈베키스탄에 시속 250㎞급 동력분산식 고속철 42량을 처음으로 수출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