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6일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한 김상환 전 대법관(사법연수원 20기)은 헌법과 법률 이론에 정통한 법관으로 평가받는다. 대전 출신인 김 후보자는 1994년 부산지방법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민사수석부장판사,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및 연구부장, 대법관 등을 지냈다.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맡았다. 사법행정 경험이 풍부하고 헌재에 두 번 파견 근무한 이력도 있어 안정감 있게 조직을 이끌 인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는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법조계 한 관계자는 김 후보자에 대해 “엘리트 법관 경력을 쌓았지만 제주대 로스쿨 학생들과 편의점 앞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자주 보일 만큼 격의 없고 소탈한 성품”이라고 평가했다.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진보 성향 법관으로 분류된다.
김 후보자는 이날 헌재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적 가치를 지켜온 헌법재판소의 길에 동참할 기회가 주어져 부족한 저에겐 큰 영예”라며 “무거운 책임감으로 청문 과정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오영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23기)는 ‘정통 엘리트 법관’으로 통한다. 대법관 판결을 보좌하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선임재판연구관을 거쳐 수석재판연구관까지 맡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주요 재판 실무를 두루 경험했다. 진보 성향 판사 모임으로 분류되는 ‘우리법연구회’ 활동 이력이 있으나 법조계에서는 “뚜렷한 성향을 드러내는 스타일은 아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두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헌재는 사실상 2024년 10월 이후 8개월 만에 재판관 9인 체제를 회복한다. 지난 4월 마은혁 재판관 임명으로 잠시 9인 체제가 완성됐으나 문형배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전 헌법재판관 퇴임으로 다시 7인 체제로 돌아갔다.
두 후보자가 합류하면 헌재는 진보 성향 재판관 4명(김상환·오영준·정계선·마은혁), 보수 3명(정형식·조한창·김복형), 중도 2명(김형두·정정미)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