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약 18개월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이틀 전 강원도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에 참석했으며, 이 자리에 부인 리설주와 딸 김주애도 동행했다.
리설주가 공식 일정에 등장한 것은 2024년 1월 1일 신년경축공연 관람 이후 처음이다. 그는 이날 흰 상의에 검정 바지를 매치한 캐주얼한 정장 차림으로 등장했고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GG 마몽 미디엄 숄더백(400만원)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든 모습이 포착됐다.
이번 행사에서 주목받은 인물은 단연 주애였다. 김 위원장의 바로 옆에 서서 공식 동반자 역할을 수행한 주애는 새하얀 투피스 정장을 입고 있었으며, 왼손에는 스위스 명품 '까르띠에'의 베누아 워치로 추정되는 제품을 차고 있었다.

해당 시계는 국내 공식몰 기준 3080만원으로 핑크골드 바디에 42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총 0.48캐럿)가 세팅된 고가 제품이다.
이날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모습을 드러냈지만, 오빠 부부와 조카를 뒤에서 보좌하는 모습으로 물러나 있었다.
김 부부장도 과거 명품 사용으로 주목받았는데, 2023년 러시아 방문 당시 프랑스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의 레이디 디올 라지백 중 '블랙 울트라 매트 까나쥬 송아지 가죽' 핸드백을 들고 등장한 장면이 포착됐다. 해당 제품은 현재 디올 공식 홈페이지에서 9400달러(약 1276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외에도 김정은 일가의 사치품 사용은 반복적으로 목격돼왔다. 주애 역시 지난해 '화성-17형' 미사일 시험발사 참관 시 디올 외투를 입은 모습이 포착됐다.
이 같은 일가의 명품 사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1718호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해당 결의는 북한으로의 사치품 수출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북한은 외교행낭이나 제3국을 통한 우회 경로로 명품을 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준공식 연설에서 갈마해안관광지구를 "세계적인 관광문화휴양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이를 시작으로 북한 전역에 대규모 관광문화지구 건설 계획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번 지구에 2만명 수용 숙박시설, 해수욕장, 체육·오락시설 등을 갖췄다고 설명하며 오는 7월 1일부터 내국인 대상 운영을 시작한 뒤, 러시아 관광객 등 해외 유치로 확대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하지만 외화벌이를 위한 관광 산업 육성 노력과 달리, 북한 주민의 약 40%가 만성적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는 세계식량계획(WFP) 등의 보고도 이어지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 일가와 충성 세력의 명품 소비는 민생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모습으로, 북한 내 극심한 빈부 격차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꼬집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