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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 녹동마을 "1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했던 자식들…이젠 손자 데리고 주말마다 내려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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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 녹동마을 "1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했던 자식들…이젠 손자 데리고 주말마다 내려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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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주 함창 IC에서 7.5㎞ 거리인 상주시 이안면 문창리의 녹동마을은 이안면 사무소를 지나 아늑한 산 아래 유럽식 전원마을처럼 자리 잡고 있다. 동네 입구 작은 다리를 지나면 아름드리나무 그늘 사이로 여유롭게 배치된 집 30채가 그림처럼 앉아있다. 울타리 없이 널찍한 마당에는 집주인들이 정성들여 꾸며놓은 꽃과 조경으로 집과 마을의 경계가 어딘지 모를 정도로 마을은 일체감을 준다. 여유로운 전원생활의 멋이 절로 풍겨 나온다.

    농촌 인구 고령화와 지방소멸 위기 속에 스러져가는 낡은 마을이 아니라 도시인들 모두가 꿈꾸는 전원마을이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상주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담은 살아나는 마을의 대표 모델이다.


    올봄 경북 북부에 몰아친 ‘괴물산불’의 피해를 본 경북도가 전화위복을 외치며 ‘사라지는 마을’이 아닌 ‘살아나는 마을’로 마을 공동체 회복 및 재창조 사업을 벌이는 가운데 이안면 녹동마을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11일 마을에서 만난 김관식 전 면장은 먼저 마을 입구 다목적마당에 새로 조성한 파크골프장으로 안내했다. 김 면장은 “매일 두 팀이 골프를 치고 일부 주민은 인근 수영장에서 수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김 면장은 “전국에서 다양한 귀농마을이 생겼지만, 우리 마을이 가장 잘 운영되는 것은 기존 마을 주민과 전입한 마을 주민들이 조성 때부터 지금까지 서로 화합하고 마을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마을을 가꾸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녹동마을은 2005년 2만4740㎡에 도로와 상하수도 시설, 다목적마당, 마을회관 등을 갖추고 기존 마을의 토지와 주택을 합리적으로 재배치하고 신규택지를 추가로 조성했다. 환지 방식으로 시행된 이 사업으로 기존 주민 14가구가 주택을 새로 짓고 외지인도 16가구가 전입해 30가구의 마을로 2009년 탄생했다. 마을 주민들이 집과 정원 마을을 정성스럽게 가꿔 마을이 새로 태어난 지 15년이 됐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다. 이날 마을 입구의 한 주택도 집주인이 공사 인부들과 집을 새로 단장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소멸 위기에 몰렸던 녹동마을이 이처럼 슬로시티 상주의 미래형 대표 마을로 변신한 데는 녹동 귀농마을을 만든 김 면장과 주민들의 변화 의지와 참여가 있었다.


    여유롭고 격조 있는 농촌 마을이 탄생한 후 가장 큰 변화는 도시에 나간 자식들에게서 나타났다. 김 면장은 “옛날에는 설이나 추석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던 자식들이 손자를 데리고 주말을 보내기 위해 자주 내려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소개했다.

    수도권에서 이곳으로 귀촌한 주민들도 대만족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이주한 황현자씨는 “처음에는 제가 귀촌을 반대했지만, 이제는 수도권에서 살라고 해도 못살 것 같다”며 “대부분 70대인데도 건강하고 재미있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면장은 “인근에 한복박물관도 있고 명주정원 같은 복합문화공간과 카페도 있어 손자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마을 조성 당시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연령이 높은 마을 어른들은 “얼마나 더 살려고 새로 집을 짓느냐”라며 반대했지만, 자손들에게도 좋은 주택을 물려줄 수 있고 300년 된 마을이 전통을 잇게 된다는 데 마음을 돌렸다. 김 면장은 “환지 과정에서 행정기관이 하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릴 문제를 주민자치회에 권한을 이양해 줘 가능했던 일이 많았다”며 “법을 초월해서 했기에 녹동마을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김 면장은 “경북 북부 산불 피해지역도 살아나는 미래지향적 마을로 만들기 위해서는 규제를 해소하고 마을주민자치회에 권한을 위임하면 더 잘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상주=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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