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광주광역시 군(軍)·민간 공항 통합 이전 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실 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라고 25일 지시했다. 공항 이전에 힘을 실어주면서 정부 주도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집행력을 갖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경기도·성남시에서 행정 경험을 쌓은 이 대통령이 집단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에 대해 직접 조율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제주항공 참사 진상 규명을 해달라”는 등 일반 시민의 요구도 들었다.
◇“광주 공항 이전, 최대한 빨리 조사”
이 대통령은 이날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타운홀 미팅을 했다. 취임 후 첫 타운홀 미팅이다.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등 일반 시민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10년 넘게 진전이 없는 광주 군·민간 공항 이전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광주 군·민간 공항 이전은 광주 광산구에 있는 군·민간 공항을 무안국제공항이 있는 전남 무안으로 통합 이전하는 사업이다.군 공항을 무안군으로 옮기려는 광주시와 전투기 소음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무안군이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무안군은 소음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 민간 공항은 이전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 김산 무안군수 등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들었다.
이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면 좋겠다”며 토론을 이끌었다. 이날 타운홀미팅 행사는 이 대통령 공식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이전에 반대하는 김 군수는 “김 지사와 강 시장이 (군 공항 통합이 아닌) 민간 공항만 이전시키기로 한 2018년 합의가 파기됐다고 주장한다”며 “신뢰의 문제”라고 했다. 강 시장이 “광주에서 1조원을 무안군에 지원하겠다”고 하자 김 군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무안군이 광주 이전 부지 사업자로 참여하면 무안군도 개발이익을 얻게 되지 않느냐”며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주관하겠다”며 광주시, 전라남도, 무안군과 기획재정부, 국방부, 국토교통부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대통령실에 꾸리라고 그 자리에서 지시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2019년 경기지사 시절 추진한 계곡 불법 설치물 철거 사업과 비슷한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당시 철거에 반발하는 계곡 상인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고, 이는 이 대통령의 행정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각인됐다.
이 대통령은 지방 균형 발전 의지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의 온갖 문제는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돼 발생한 것”이라며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 똑같이가 아니라 지방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으로는 첫 소록도 방문도
이날 타운홀 미팅은 2시간 넘게 이어졌다. 행사는 당초 일반 시민을 포함해 100여 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준비됐는데, “오고 싶은 분은 다 와서 얘기할 수 있도록 하라”는 이 대통령 지시로 행사장이 사실상 개방돼 200명 넘는 시민이 함께했다. 광주 군·민간 공항 이전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 발전 방안에 관한 의견이 오갔고, 일반 시민의 각종 민원도 이 대통령이 직접 들었다. 이 대통령은 “광주·전남에 정말 도움이 되는 것 중에 정부가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말해 달라”고 요청했고, 일부 발언하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을 향해서는 “장밋빛 청사진을 늘어놓기보다 정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얘기해달라”고 당부했다.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전남 고흥군 소록도병원을 찾았다. 대선 당시 김혜경 여사가 소록도를 방문해 “선거가 끝나면 대통령을 모시고 꼭 다시 오겠다”고 했고 이 약속을 지킨 것이다.
한재영/김형규 기자 jyh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