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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중·일 함께 여는 '아시아 특허청' 설립으로 동북아 미래를 설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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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중·일 함께 여는 '아시아 특허청' 설립으로 동북아 미래를 설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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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아시아도 독자적인 특허청을 갖출 때다. 유럽에는 유럽특허청(EPO)이 있고,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지역지식재산기구(ARIPO)가 있다. 이들은 단일 특허 출원 체계를 통해 각 지역의 혁신 생태계를 촉진하고, 특허권자의 권리를 더욱 효율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세계 특허 출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은 아직 각자도생 중이다. 서로 다른 제도와 절차 속에서 기술은 중복 심사되고, 기업은 비용과 시간을 이중으로 부담하고 있다. 이제는 한·중·일이 함께 주도하는 ‘아시아 특허청’ 설립을 진지하게 추진해야 할 때다.

    아시아 특허청은 단순한 행정기구에 그치지 않는다. 외교, 경제, 기술이라는 세 축을 동시에 아우르며, 동북아시아 협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략적 거점이 될 수 있다. 지식재산 분야에서의 협력은 한·중·일이 미래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유효한 대안이다.


    외교적 파급 효과는 실로 막대하다. 한·중·일은 역사 문제, 안보 위기, 무역 분쟁 등 다양한 갈등 요소를 안고 있다. 그러나 ‘지식재산 협력’은 이런 민감한 정치 이슈를 비켜가면서도 실질적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드문 분야다. 정치적 중립성이 강한 특허제도는 각국 국민에게도 비교적 수용성이 높다. 아시아 특허청 설립 논의만으로도 세 나라 간 신뢰 회복, 갈등 완화, 협력 프레임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허제도는 이미 국제규범에 따라 상당 수준 통일돼 있다. 한·중·일 특허청도 세계 표준을 따르고 있다. 유럽이 통합 특허제도를 만들어냈듯 아시아도 충분히 가능하다. 최근 미국이 기술 패권 중심의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아시아 차원의 대응 기구가 필요하다.

    한·중·일 특허청으로 인한 경제적 시너지는 즉각적이다. 한국, 중국, 일본은 모두 세계 5대 특허출원국이다. 세 나라가 공동 출원·심사 시스템을 구축하면 그 자체로 수십조원 규모의 지식재산 기반 시장이 형성된다. 특허를 중심으로 한 기술거래, 라이선싱, 공동 연구개발(R&D)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외국인 투자도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다.


    특히 한국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한·중·일 특허를 한 번의 출원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예측 가능한 심사 결과를 받을 수 있고, 비용과 시간이 대폭 절감된다. 더 나아가 아시아 단일 특허를 기반으로 벤처캐피털 및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투자 유치도 용이해진다. 이는 한국 기술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공동 심사체계를 기반으로 한 기술거래 플랫폼이 구축되면 각국 기업 간 기술이전이 원활해지고 신뢰도도 제고된다.

    한·중·일 특허청은 기술 보호와 확산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세 국가는 활발한 기술 교류와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기술 유출과 탈취에 대한 공동 대응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아시아 특허청이 설치되면 세 나라 간 기술 침해품과 복제품에 대한 공동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고, 유통 경로도 통합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이는 특히 K콘텐츠와 K브랜드 보호에 강력한 수단이 된다.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특허법원(Asia Patent Court)’ 설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유럽은 2023년부터 유럽통합특허법원(UPC)을 통해 특허 무효와 침해 소송의 재판권을 공유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APC가 출범한다면 한·중·일 내 특허권자들은 단일 재판을 통해 동시에 세 나라에서 집행이 가능해지고, 기술 유출 및 탈취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단일 특허청 설립은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아시아 특허청이라는 의제를 공론화하고,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아시아 특허청이라는 이름 아래 외교의 돌파구를 열고, 경제의 혁신 동력을 확보하며, 기술 주권 시대를 선도해 나가야 할 때다. 지금이 바로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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