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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데이터, 기업 생존 경쟁력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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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데이터, 기업 생존 경쟁력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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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 스토리] ESG 데이터 시대, 디지털 경제 달군다 ①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데이터 중심 경영’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각국의 규제와 금융회사의 투자 판단이 수치화된 ESG 지표를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산업의 ESG 데이터는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정보로 부상하고 있다. ESG 데이터 시대가 열린 셈이다.


    최근 글로벌 ESG 공시가 단순한 정보공개를 넘어 데이터의 전자화, 표준화 흐름으로 진화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유럽연합(EU)은 기업지속가능성 공시지침(CSRD)을 통해 주요 대기업에 ESG 공시를 의무화하면서 확장 가능 기업 보고 언어(XBRL) 기반의 디지털 보고를 요구할 예정이다. EU 외 국가들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도 지속가능성 공시기준(IFRS S)의 XBRL 적용을 서두르고 있다.

    XBRL은 PDF 기반의 정성적 공시에서 벗어나 기계 판독이 가능한 정량 데이터를 중심으로 ESG 정보를 자동 수집·분석·비교할 수 있게 한다. ESG 데이터가 통상, 금융, 공급망 평가 등에서 활용되는 구조로 재편되며 데이터 자체가 규제 수단이자 경쟁력의 원천으로 ‘무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ESG 데이터의 유통 표준화와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독일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SAP, 지멘스 등이 주도하는 ‘카테나-X’가 대표적이다. 카테나-X는 자동차 부품부터 완성차, 재활용까지 밸류체인 전 단계의 ESG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연결하는 협업망으로, ESG 공시를 넘어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까지 포괄하는 프로젝트다.

    제조업 경쟁력, 이제는 ‘데이터 전쟁’


    ESG 데이터는 이제 탈탄소·순환경제 등 산업구조 재편 자료가 되고 있다. 제품별 가치사슬의 탄소발자국을 추적하고, 소재 조달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 정보를 수집·활용해야 한다. 실제로 카테나-X는 탄소 추적, 공급망 복원력 강화, 리사이클링 정보 공유 등 ESG-제조 데이터 융합의 효과를 입증하며 탈탄소 전환의 디지털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ESG 데이터가 산업 혁신과 통상 전략의 핵심축으로 부상하자 각국 정부도 정책의 초점을 ‘데이터 인프라’로 옮기고 있다. 한국은 환경정보공개 제도 개편을 통해 해외 사업장의 온실가스 데이터까지 확보하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공통 데이터 공간(Data Space)을 조성해 산업 ESG 데이터를 집적·활용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추진 중인 ‘DPP 대응 한국형 데이터스페이스 구축’ 용역은 최근 최종 보고 단계에 이르렀다. 해당 과제는 EU의 디지털 제품 여권(DPP) 제도 시행에 대비해 국내 제조기업이 제품 전주기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국제표준에 맞춰 유통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용역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SK㈜ AX, 대한상공회의소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다. 김앤장은 EU DPP 관련 법제 분석 및 규제 해석을 맡았으며, SK㈜ AX는 데이터 스페이스 플랫폼 기술 모델 설계와 보안 요건 정립을 담당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 의견 수렴과 산업계 수요조사, 정책 제언 등을 통해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에 기여했다.


    EU는 ESG 데이터를 ‘통상 무기’로 활용하려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SRD, DPP, 에코디자인 규정(ESPR) 등은 모두 제품 단위의 ESG 정보를 디지털 데이터로 수집·분석해 규제에 활용하는 정책이다. 예컨대 2027년부터는 전기차 배터리에 원료 채굴부터 재활용까지 모든 정보를 디지털 여권 형태로 담아 실시간 등록·공유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공시를 넘어선 데이터 기반 통제 체계로, ESG 데이터 플랫폼 없이는 대응이 불가능한 구조다.

    특히 EU의 ESPR과 DPP는 ESG 데이터 시대의 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우선 ESPR은 EU 역내 유통되는 모든 제품의 설계 단계부터 지속가능성을 강제하는 ‘제품 중심 ESG 규제’다. 과거 에너지 소비 효율에 국한됐던 에코디자인 지침이 제품의 내구성, 재활용성, 소재 구성, 탄소발자국 등 수십 개 항목으로 확대되면서 제조사는 모든 ESG 데이터를 제품 단위로 추적, 공시해야 한다. ESG 정보가 곧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티켓이 되는 셈이다. DPP는 이러한 정보를 담는 디지털 구현 수단으로, 사실상 EU 시장 진입을 위한 디지털 통행증 역할을 하게 된다.


    제조 데이터, AI 시대의 ‘희토류’

    이 같은 데이터 기반 규제 전략 속에서 최근 주목받는 또 다른 축은 바로 ESG 정보를 포함한 ‘제조 데이터’다. ESG 데이터가 규제 대응 언어라면, 이를 포함한 제조 데이터는 기술 주권과 산업 주도권의 열쇠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성로 서울대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구글, 오픈AI, 팰런티어 같은 글로벌 빅테크가 한국 제조 데이터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이 AI 시대의 희토류이기 때문이다.

    실제 구글, AWS 등은 산업통상자원부의 ‘AI 팩토리’ 사업과 관련해 무상 클라우드 제공을 제안했고,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는 국내 대기업에 무상 컨설팅을 대가로 제조 데이터 공유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AI의 ‘진짜 경쟁력’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고품질 제조 데이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제조 데이터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이미 중국이 선점 중이다. 저장성을 중심으로 한 중국 제조 생태계는 온도, 진동, 습도, 납기 등 수많은 실시간 제조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딥시크(DeepSeek)’ 같은 국가 AI 모델에 학습시키고 있다. 중국은 제조 데이터 순환 구조를 데이터 경제 전략의 핵심 삼아 AI와 제조의 융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이 제조 데이터를 전략 자산으로 정의하거나 활용하기 위한 정책적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AI 고속도로, 데이터센터 등을 논의하고 있으나 제조 데이터를 관리·활용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미비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국내 ESG 데이터가 외국 기술에 기반이 되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와 관련해 신호정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실장은 “ESG 데이터 플랫폼은 단순 보고 의무를 넘어 한국 산업생태계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인프라”라며 “조속히 디지털 및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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