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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가족, 바뀌는 상속의 법칙…분쟁 막는 6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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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가족, 바뀌는 상속의 법칙…분쟁 막는 6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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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스토리]




    “가족이란 무엇인가?” 2025년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이 질문은 더 이상 간단하지 않다. 과거엔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4인 핵가족’이 보편적인 가족의 모델이었다. 그러나 이제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5%를 넘어서며 일상이 됐고, 황혼이혼, 황혼재혼, 사실혼, 다문화 가정, 이혼·재혼을 수차례 거친 재구성 가족, 한부모 가정, 그리고 혈연이 아닌 친구나 동료와 함께 사는 생활 공동체까지 가족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다채롭다.

    이처럼 과거 ‘법적 신고에 기반한 가족’에서 현재 ‘관계에 기반한 가족’으로의 전환은 단순한 사회 변화가 아니라, 법·제도·경제적 기준 전반을 흔드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이동이다. 상속·증여, 보험, 주거, 돌봄, 민법 등 삶의 중요한 결정들이 ‘법적 가족’ 여부에 따라 갈리는 구조에서, 새로운 가족 형태들은 특히 상속 제도와 관련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달라진 가족 풍경에 따른 상속 이슈 여섯 가지와 그에 대한 대응 전략을 소개한다.


    CASE 1) “ 돌아가신 아버지가 새엄마를 사랑했지만, 우리도 아버지의 자식들입니다”
    황혼이혼한 배우자의 자녀들 vs 새로운 아내,
    유류분 소송의 시작


    A씨는 60대에 부인과 이혼하고, 70대에 새로운 배우자와 재혼한 뒤, 80세가 돼 모든 재산을 새로운 부인에게 남기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장성한 자녀들은 이 유언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새어머니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현행 민법은 유언을 통해 생전의 재산을 얼마든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를 제한하는 것이 유류분 제도다. 내 재산 모두를 새로 사랑하게 된 배우자에게 상속시키고 싶어도,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장성한 자녀들은 황혼재혼한 배우자에게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전처는 이혼했으므로 상속권이 없다).
    장성한 기존 자녀들과 새로운 배우자 간은 절대 정서적으로 가까울 수가 없고, 극단적인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오늘날 평균수명이 100세를 바라보면서 평균수명이 30~40년이던 과거에는 황혼이혼, 황혼재혼을 도무지 상상하기 어려웠기에, 이 같은 가정 내 갈등은 기존 민법이나 상속법이 도저히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유언 전에 가족 간 이해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컨대 전 재산을 특정인에게 몰아주는 대신, 자녀들의 유류분을 감안해 최소한의 분배는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반드시 전문가에 의해 사전에 상속재산을 체크해보고, 유언대용신탁, 사전증여·생전 기여도에 따른 분할 설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유류분 충돌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상속은 사후의 문제가 아니라, 생전의 준비에서 비롯된다. 변화한 가족 구조 속에서 ‘누가 상속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법적 권리만큼이나 감정적 합의와 사전 설계가 중요하다.

    CASE 2) “20년을 함께했지만, 나에게 남겨진 상속은 ‘0원’”
    법률혼만 인정하는 상속 제도, 사실혼 배우자의 눈물



    20년 동안 B씨와 동고동락하며 부부처럼 살아온 C씨. 두 사람은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뿐, 주변 누구도 그들을 ‘부부’가 아니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러나 B씨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C씨에게 돌아온 상속재산은 단 한 푼도 없었다.
    우리 민법상 상속권은 ‘혼인신고’가 돼 있는 법률혼 관계에서만 인정된다. 아무리 오랜 기간 실질적으로 혼인생활을 해 왔다 해도, 사실혼 배우자는 법적으로 상속인이 아니다. 그 결과, 생전 동반자였던 사실혼 배우자는 사망 이후 법적으로는 철저한 타인으로 분류되고, 고인의 재산은 법률상 자녀나 형제 등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한 방법은 명확하다. 바로 유언장 작성이다. 유언장을 통해 사실혼 배우자에게 일정 재산을 남기겠다는 의사를 명시하면, 법적으로 유효한 유증이 된다. 특히 유언장을 공증할 경우 위·변조 시비를 막고 집행력도 높여준다. 일부 재산은 생전에 증여하거나, 신탁 형태로 이전해 두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사실혼 가정은 점점 늘고 있지만, 상속 제도는 여전히 법률혼 중심에 머물러 있다. ‘가족의 모습’이 달라졌다면, 재산을 나누는 방식 역시 달라져야 한다. 사후를 대비한 생전 설계 없이는, 가장 가까웠던 사람에게 아무것도 남길 수 없는 일이 지금 이 순간에도 반복되고 있다.

    CASE 3) “독신으로 살았을 뿐인데, 내 재산을 국가가?”
    유언 없이 떠난 삶, 유산은 국고로 사라졌다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홀로 살던 60대 독신자 D씨가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사망 후 발견까지는 며칠이 걸렸고, 남겨진 것은 정기예금 통장, 아파트, 그리고 암호화폐 지갑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이었다. D씨에겐 상속인이 없었고, 유언도 남기지 않았다.


    이 경우 D씨의 모든 유산은 민법 제1053조에 따라 국고로 귀속된다. D씨가 생전에 지인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거나, 공익재단에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비췄다 해도, 법적으로는 어떤 효력도 발휘되지 않는다. 아무런 설계 없이 떠난 삶의 흔적은, 결국 아무도 아닌 ‘국가’의 재산이 돼 버린 셈이다.

    한국 사회에서 독신가구는 급증하고 있으며, ‘고립사’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러나 독신가구의 유산 설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독신일수록 더 적극적인 유언장 작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법적 효력을 갖춘 유언장은 특정인에게 자산을 유증하거나, 종교·공익 단체에 기부 의사를 명확히 담을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자산(코인·비밀번호 등)의 경우, 목록을 만들고 계정 접근 방법을 남기는 것이 필수적이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고독사’로 기록된 한 사람의 삶이지만, 그 안엔 미처 정리하지 못한 수많은 선택과 의지가 담겨 있었을지도 모른다. 유언은 죽음을 준비하는 도구가 아니라, 삶을 완성하는 마지막 설계다.

    CASE 4) “해외에 살았을 뿐인데, 한국 아버지의 유산 처리가 왜 이리 어렵나요”
    외국인 상속권은 인정되지만 그 절차는 과연


    미국 시민권자이자 거주자인 E씨는 최근 한국 거주자인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한국에 있는 아파트와 예금에 대해 상속인이 됐지만, 상속 절차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부동산 상속 등기와 예금 인출, 상속세 신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절차가 복잡하고 더디게 진행된 것이다. 외국 국적이더라도 한국 민법상 정당한 상속인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실제 절차에서는 언어 장벽, 번역 공증, 주소지 증명, 국내 법무대리인 선임 등 다수의 행정 요건이 걸림돌이 된다. 상속인이 한국에 직접 올 수 없다면, 진행은 더욱 지연되고 재산 처리에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상황을 사전에 대비하려면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생전 일부 재산을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신탁을 통해 재산 이전의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 또 해외 자녀가 국내 상속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수 있도록, 믿을 수 있는 국내 법무대리인을 미리 지정해 두는 것도 효과적인 준비다. 경우에 따라선 일부 재산을 국내 형제 등에게 상속하도록 유언을 조정해 실무 부담을 분산하는 방법도 고려된다. 글로벌 시대에 국적과 거주의 경계는 흐려졌지만, 상속 절차만큼은 여전히 ‘국가별 시스템’에 묶여 있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남기는 마지막 배려는, 행정 장벽을 넘는 준비에서 시작된다.

    CASE 5) “이혼한 부모님의 공동명의 재산, 돌아가시고 너무 복잡해요”
    소홀한 명의 정리, 결국 상속 갈등의 불씨로


    F씨는 수년 전 배우자와 이혼했지만, 재산 분할 시에 공동명의로 된 아파트를 현금 청산 등을 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두었다. 서로 현금이 없는 데다가 부동산 가치가 계속 상승하므로, 이혼할 때 공동명의 부동산을 미처 정리하지 못한 것이다. 그 상태로 F씨가 사망하면서 그의 지분은 자녀들에게 상속됐고, 자녀들과 남아 있던 전 배우자와의 소유권 다툼이 본격적으로 벌어졌다.

    민법상 공동명의는 혼인관계와 무관하게 법률상 ‘공유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한다. 즉, 이혼 이후에도 명의 정리를 하지 않았다면 공동 소유 상태는 계속 유지되며, 사망한 한쪽의 지분은 자녀에게 상속된다. 문제는 이후 공유물분할청구, 처분권 다툼, 명도 요구 등 실질적 분쟁으로 쉽게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이혼 전후에도 재산 정리를 미루거나 방치할 경우, 상속 과정에서 또 다른 법적 갈등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자녀들이 전 배우자와 감정적 거리감이 클 경우, 분쟁은 감정싸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이혼 시 재산분할협의와 함께, 공동명의 해소와 명의 이전 등 실질적 조치가 병행돼야만 한다. 이미 소유권이 공유 상태라면, 분할협의서나 등기 정리를 통해 향후 상속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CASE 6) “디지털 유산(digital estate)은 상속이 안 되나요”
    접근권 없는 상속, 가족은 자산의 존재조차 몰랐다


    G씨는 생전에 주식 애플리케이션, 가상화폐 지갑, 클라우드 저장소 등에 상당한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가족들은 그가 어디에 어떤 자산을 남겼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접근 비밀번호는 물론, 존재 자체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자산은 실물 형태가 없고 대부분 접근권이 있어야만 존재가 확인되는 구조다. 따라서 사망자의 계정 정보나 인증 수단이 확보되지 않으면, 상속자라고 하더라도 사실상 해당 자산에 접근할 방법이 없다. 더욱이 현행 민법이나 상속세법상 디지털 자산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별도 절차 규정이 부족해 법적 공백도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려면 생전에 디지털 자산 목록을 정리하고, 계정 접근 방법이나 보관 매체 정보를 별도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에서는 디지털 자산 관리 서비스를 활용하거나, 유언장 내 디지털 항목을 별도로 명기하는 방식도 확산되고 있다. 나아가 블록체인 기반 상속 솔루션이나 클라우드 보관형 디지털 유언장 플랫폼도 점차 등장하고 있다.

    가상화폐, 온라인 계좌, 콘텐츠 플랫폼 수익까지 우리가 남기는 자산의 모습은 점점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법과 가족의 준비는 여전히 ‘눈에 보이는 것’에 머물러 있므므로, 디지털 시대의 상속 설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가족의 형태가 바뀌었듯, 상속의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 여전히 우리 법은 전통적인 가족 모델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삶의 다양성은 제도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다. 상속을 둘러싼 갈등을 줄이고 진정한 의미의 ‘남김’을 실현하려면, 유언과 생전 설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책임 있는 준비의 출발점이다.

    곽준영 법무법인 웨이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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