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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로 망한 행성에서 살아남는 법[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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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로 망한 행성에서 살아남는 법[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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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로푸드 선언 어떻게 먹을 것인가
    앨리스 워터스 지음|이수경 옮김|한국경제신문|1만8000원
    터치 몇 번이면 온갖 음식이 집으로 배달되고 필요한 식자재는 새벽마다 무료배송으로 받는 시대다. 우리는 각종 냉동식품과 간편식이 얼마나 빠르고 편리한지 홍보하는 광고물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패스트푸드 문화가 득세하면서 환경오염, 지역 음식문화 소멸, 생물 다양성 감소 등 심각한 문제가 끊임없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물질적 풍요를 만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연 우리는 진짜 풍요를 누리고 있는 게 맞을까.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셰프이자 슬로푸드계의 대모로서 활발하게 국제 활동을 펼치는 저명한 저술가이다. 그는 1971년 버클리에 유기농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요리를 선보이는 셰파니스 식당을 열었다. 셰파니스는 제임스 비어드 ‘미국 최고의 레스토랑’ 부문에 선정되며 지금까지 지역의 명물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다. 저자는 ‘먹는다’는 행위란 단순히 식문화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 행위이자 사회적 선언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천천히 요리한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눠 먹는 기쁨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 중 하나이다. 그러나 요리가 귀찮고 번거로운 일로 치부되는 오늘날에는 드문 풍경이 되었다. 음식은 단지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공동체를 만들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되살리는 출발점이다.


    누구나 패스트푸드의 폐해를 잘 안다. 비만 및 대사질환 급증,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 외곽으로 밀려나는 지역 식당과 농부들… 그러나 빠르고 편리하다는 장점이 모든 단점을 상쇄하며 패스트푸드의 글로벌화를 아무도 막지 못했다. 균일한 맛, 비인간적인 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진 패스트푸드와는 달리 슬로푸드의 세계는 느리고 정성이 가득한 곳이다.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고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애용한다. 또한 식재료의 질감과 향을 오롯이 느끼며 먹을 만큼만 요리한다. 지역사회 주민들과 음식을 나누며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체험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은 패스트푸드로 점철된 식탁을 되살리기 위해 슬로푸드 문화가 보여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저자의 해답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인근에서 생산한 제철 식재료를 구입해서 최소한의 가공으로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는 삶이다. 이 책은 직거래 장터, 학교 급식의 지역화, 재생 농업 등 슬로푸드를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사례를 풍부하게 담았다. 식당과 농부, 학교와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지속가능하고 회복력 있는 먹거리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일터와 학교, 그리고 가정에서 함께 나누는 한 끼의 식사는 인간적인 교류와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는 소중한 터전이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이 책의 추천사에서 “건강한 식사는 삶의 균형을 되찾고 몸과 마음의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데 필수”라고 강조한다. 그는 식자재를 꼼꼼하게 고르고 정성껏 요리해 먹는 것이 어떻게 삶의 질을 높이고 지구의 미래를 결정하는지 새삼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인류는 오랫동안 자연과 벗하며 계절의 순환 속에서 살아왔다. 음식 속에 담긴 문화적, 정서적 가치와 공동체 안에서 나누는 교감, 그리고 지역 고유의 맛과 전통 식문화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슬로푸드 문화가 필요하다.

    슬로푸드 문화의 핵심은 단순함과 느림의 미학이다. 딸기와 설탕, 크림만으로 만든 단순한 아이스크림이 화학첨가물을 넣은 것보다 훨씬 깊고 풍부한 맛을 낸다. 단순함은 쉽다는 의미가 아니다. 가장 단순한 빵조차 다양한 지식과 수많은 노력의 산물이다. 정성과 진심이 깃든 음식은 우리의 삶을 깊고 진실하게 만들어준다. 식탁에서 시작되는 변화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


    남궁훈 한경BP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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