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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극복과 재도약, 경제 허리 중견기업에 답 있어"[리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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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극복과 재도약, 경제 허리 중견기업에 답 있어"[리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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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ESG] 리더 -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중견기업은 한국 경제의 든든한 허리이자 지속 성장의 주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순간부터 각종 지원에서 소외되거나 정책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이하 중견련)는 그간 법·제도 정비와 정책 반영, 지원 체계 확립 등에 앞장서왔다.


    지난 2022년 8월부터 3년간 중견련 상근부회장으로 활동해온 이호준 부회장은 중견기업법의 상시화, 정부·공공기관과 금융권의 인식 변화, 경제 단체 내 위상 제고 등 의미 있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지난 30여 년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통상협력국장, 정책기획관,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그는 산업부는 물론 중견련에서도 ‘기업의 지원자 역할’로서 변치 않는 자신의 본분을 규정했다.

    그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이끌면서도 중견기업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관련해서는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인터뷰 내내 발로 뛰며 체득한 중견기업의 어려운 현실을 이야기하는 그의 말에서 중견기업에 대한 깊은 애정이 드러났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변화하는 정책 환경과 기업 생태계 속에서 중견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개선해달라는 현장의 목소리는 적지 않다. 기업 승계, 금융지원, ESG 경영, 탄소중립 대응 등 중견기업이 직면한 주요 현안과 앞으로 정책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 부회장은 “중견기업이 우리 경제의 단단한 허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3년간 중견련에 재임하는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먼저, 중견기업 성장 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이하 중견기업법)이 한시법을 넘어 상시법화된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과입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서 정부 부처에서 이제는 어떤 정책을 펴더라도 중견기업을 지원 대상으로 고려하며 정부 정책의 중요한 고객이 되었습니다. 또 최근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공공기관에서도 중견기업 부서를 만들었습니다. 시중은행 중 농협에 중견기업팀이 만들어지고 있는 데다 다른 은행도 중견기업에 대한 생각의 폭이 커지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견련이 경제 6단체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며 외형을 갖추고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새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중견기업에 대한 새 정부의 관심은 어떻다고 보시는지.
    “아쉽게도 새 정부 정책 공약에 ‘중견기업’이라는 말은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들어 있는데요. 새 정부의 중소기업 성장사다리 정책을 보면서 중견기업에도 이 같은 정책적 조명이 있었으면 하는 측면에서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지난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6단체와 기업인 간담회’에서 경제 단체와의 첫 만남이 있었는데, 기업인들을 빠르게 만나 경청의 자리를 마련한 것은 상징적이고 의미 있다고 봅니다.”

    새 정부에 기대하는 중견기업 정책이 있나요.
    “우선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큰 그림을 환영합니다. AI 같은 전략적 신산업 육성 정책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입니다. 중견기업 5868곳 중 2115여 곳이 제조업체고, 그중 1793곳이 소재·부품·장비 업종입니다. 소부장, ICT, 바이오 등 산업 전 분야에 걸친 중견기업의 우수한 경쟁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행정 편의적 규제 해소와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 시스템 전환 기조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다만 상법 및 노동조합법 개정, 주 4.5일제 등 기업혁신을 위축시키는 정책은 조심스럽게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견기업은 새 정부에 어떤 기대를 갖고 있나요.
    “지난 5~6월 중견기업 150개 사를 대상으로 새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경제 산업 분야 최우선 정책 과제는 신성장동력 발굴(57.3%)이 가장 높았습니다. 앞서 말한 AI 신산업 육성에 대한 기대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어 민생 회복, 규제 개혁, 무역·통상 협상력 강화, 노동시장 개혁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성장동력 발굴 분야를 더 깊게 살펴보면 R&D 및 투자지원 확대(67.3%)가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반도체와 AI 등 첨단 신산업 육성(64.7%)이었습니다. 기술 고도화를 거듭하며 수출의 최전선에 있는 중견기업으로서는 R&D 투자와 함께 신산업 육성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 규제 개혁 분야에서는 중복 규제 통폐합 및 간소화 요청이 가장 많았고, 통상 환경 개선을 위해 추진할 정책과제는 수출금융지원 강화가 가장 높았습니다.”

    중견기업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까.
    “중견기업은 중소기업 이상 매출이 3년간 유지되고 유예기간을 버틴 기업입니다. 계속 성장하면서 우리 경제의 허리를 튼튼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업은행이나 기술보증기금에서 중견기업이 되면 중소기업일 때 받은 자금을 회수해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중소기업은 많은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이 줄어드는 것은 성장보다 정체가 이롭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설계된 정책 지원 체계는 성장사다리의 작동을 저해하고 중소기업군에 머무르려는 피터팬 증후군을 유발해 산업 생태계 전반 경쟁력을 약화시킵니다. 중견기업이 더 잘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정책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중견련에서 최우선 과제로 진행하는 정책 사안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상속 증여와 기업 승계 문제 해결이 첫 번째입니다. 최근 아버지 세대에서 자식 세대로의 경영 승계가 이루어지는데, 상속액 30억 원 이상이면 50% 세금을 내야 합니다. 한 해 매출액 평균 5000억 원 이상 기업에 대해서는 최대주주 할증 평가까지 합쳐지면 60% 세율을 물립니다. 5000억 미만 기업은 할증 평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말입니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서는 돈을 빌려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 젊은 후계자는 앞으로 기업을 물려받으면 평생 월급이 세금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자조하더군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속세를 내는 나라 24개국의 평균은 26%입니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보다 상속세 최고 세율이 높은 일본 또한 특례사업승계제도를 마련해 도입 2년 만에 특례 신청 건수가 10배 급증했습니다. 세율을 30% 정도로 맞춰 승계 환경을 유연하게 만들었으면 합니다.”



    중견기업에 적절한 자금이 투입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맞습니다. 두 번째 최우선 과제는 중견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입니다. 중견기업은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돈을 빌려 계속 투자하고, 빌린 돈이 많으니 이익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약 70%가 신용도 BBB 밑으로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담보는 부족해도 성장 가능성이 있고 기술을 갖춘 중견기업에 대한 기업 금융지원을 늘려주면 좋겠습니다. 현재 수출입은행이나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정도만 중견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에서는 우리은행이 2년 전 ‘라이징 리더스 300’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중견기업에 5년간 4조 원을 지원했는데, 현재 158개 업체가 지원을 받았습니다. 직접 5대 시중은행 부행장을 만나 중견기업 전용 상품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여신 한도를 넓히고 문턱을 낮춰달라는 거죠. 은행들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뜻과 의지만 있다면 만들 수 있습니다. 중견련도 좋은 중견기업을 추천하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30년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대해 조언하신다면.
    “새 정부에서는 기후에너지부를 만들고, RE100 추진과 석탄발전소 퇴출 등을 언급했습니다. 경험을 통해 에너지 정책에서는 정치를 빼고, 일관성 있게 과학과 합리성을 근거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철강산업 등 전기다소비 업종 기업의 경우 전기요금이 저렴할 때 요금이 현상 유지될 것으로 보고 전기로에 투자했는데, 전기요금이 2배 이상 올라가면서 문을 닫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전기요금 등에 적절한 시그널을 주어야 기업이 예측 가능한 사업을 펼칠 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탄소중립 전환 비용을 누가, 어떻게,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 질문이 남아 있습니다. 실현 가능성을 볼 때 에너지 가격 체계 재점검과 비용 분담에 대한 논의가 없으면 매우 어려운 이슈가 될 것으로 봅니다. 또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공존, 일정 기간 LNG와의 공존 등도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일관되고 균형 잡힌 에너지 정책은 힘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기후 대응도 잘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견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지속가능경영은 글로벌 기준을 따라야 하는 게 맞습니다. 2200개 넘는 기업이 해외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등에서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올해부터 내년까지 모두 진행될 예정입니다. 산업계의 자정 규범을 넘어 세계 무역·통상 질서를 좌우하는 기준으로 전환되는 글로벌 ESG 규제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8.7%를 감당하는 중견기업에도 큰 도전으로 작용합니다. 중견기업 중에서도 탄소포집 및 활용·저장(CCUS) 기술을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태경그룹), 에너지 효율화 플랫폼 구축을 통한 에너지 절감(동양피스톤) 등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자구적 노력도 눈에 띕니다.”

    중견기업은 공급망 ESG 대응에서 어떤 애로사항을 호소합니까.
    “중견련이 지난 3월에 발표한 ‘중견기업 공급망 ESG 대응 현황 조사’ 결과, 수출 중견기업의 28.5%는 전문 인력 부재, 경영 우선순위 조정 애로, 도입·운영 비용 부담 등으로 ESG 경영 도입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중견련은 글로벌 시장에서 ESG 경영의 중요성이 대두된 2022년부터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해 ‘중견기업 핵심 인재 육성 아카데미’ 지원 사업 중 ‘ESG 대응 역량 강화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출 중견기업 주요 업종인 자동차 부품, 전기·전자·반도체, 제약·바이오, 화학 업종의 ESG 경영 도입을 위한 전문 인력을 육성 중입니다. 지난 4월부터 중견련은 한국수출입은행과 ‘중소·중견기업 ESG 컨설팅 지원’ 사업 안내·활용을 위한 협력 설명회를 시작으로 유관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견기업 ESG 대응을 돕기 위해 어떤 제도적 조치가 더 필요할까요.
    “우리나라의 경우 공급망 관련 협력을 ‘대·중견기업과 중소기업’ 문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또는 중견기업 상호 간 협력에 대한 정부의 유인책은 결여된 실정입니다. 대기업의 ESG 대응체계가 중소·중견 협력사에 원활히 전수될 수 있도록 중소기업만이 아닌 중견기업의 도입을 유도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자본과 인력을 동원하기 어려운 중견기업의 ESG 경영 도입·확산을 위해 ESG 전문 인재 육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과 함께 중소협력사의 인식 제고를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중견련의 남은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현재 최진식 중견련 회장님이 3년 임기를 마치고 올해 새로운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연임의 의미가 남다른데, 지난 3년의 성과를 평가받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새 임기에서도 중견기업 지원 및 성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와 함께 현재 중견련 회원사가 500개 수준인데, 더욱 힘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또 한국 기업이 오랫동안 성장하면서 젊은 후계자들이 계속 늘고 있는데, 이들의 애로사항을 모아 지속적으로 협의하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호준 중견련 상근부회장은...
    1990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동 대학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에는 영국 맨체스터대학교에서 기술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제3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산업자원부 구미협력팀장, 지식경제부 지역산업과장, 전력산업과장, 에너지자원정책과장, 장관비서관 등을 역임하고, 2014년부터 3년간 외교부 주중화인민공화국대한민국대사관 공사참사관직을 수행했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협력국장, 투자정책관, 정책기획관, 기획조정실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치고 2021년 3월부터 대통령비서실 산업정책비서관으로 근무한 뒤, 2022년 8월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으로 취임했다.

    대담=한용섭 편집장, 정리=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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