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대구 달성군에 있는 KBI메탈(옛 갑을메탈) 전장사업부 공장. 생산라인 두 곳에선 자동차에 들어가는 ‘통풍 시트용 블로어모터’(BLDC)를 제조하는 자동화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BLDC는 에어컨, 히터로 실내 공기를 빨아들여 시트 쿠션과 등받이에서 냉·온풍을 내뿜는 제품이다. KBI메탈은 계열사인 KBI오토텍과 BLDC 국산화에 성공했다. 2012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BLDC 대량 생산 체계를 갖췄다.팽현성 KBI메탈 전장사업부 총괄 전무(사진)는 “연간 약 300만 개 BLDC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했다”며 “제조 공정에서 제품 고유 바코드를 표기해 불량품을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BLDC는 본래 미국 자동차 시트 전문기업 젠섬이 독점해왔으나 KBI메탈이 생산을 시작하며 점유율을 급속히 높여 두 회사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KBI메탈은 현대자동차 싼타페와 아반떼, 기아 K8 등에 제품을 넣고 있다.
KBI메탈 측은 자사 제품이 젠섬보다 풍량은 약 30% 많고 소음은 10%가량 작다고 설명했다. 도서관 소음 수준인 30dB 이하로 제품을 구동할 수 있도록 정성·정량 검사를 한다. 팽 전무는 “10여 년 업력을 지닌 베테랑들이 평균 소음에서 벗어나면 이중 검수해 제품 불만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KBI메탈은 2019년부터 벤츠 중대형 차종에 들어가는 ‘후면 냉난방 공조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납품하고 있다.
팽 전무는 “1987년 회사 설립 당시 주력 제품이던 자성철심보다 부가가치가 큰 전자장치를 중심으로 매출 구조를 바꾸고 있다”며 “사업부 전체 매출에서 전장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60% 안팎에서 7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BLDC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팽 전무는 “연간 750만 개 BLDC를 생산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확보했다”며 “제품 수요를 고려해 생산라인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