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 경기 침체로 건축자재 시장은 유례없는 불황을 겪고 있다. 보릿고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잇따르지만 바닥재 전문 기업인 녹수(NOX)의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1994년 설립된 이 회사는 고급 바닥재만 파고들었다. 강마루, 대리석 무늬를 겉면에 인쇄하는 럭셔리비닐타일(LVT) 분야 세계 1위에 올라 미국과 유럽 바닥재 시장을 휩쓸고 있다. 미국 디즈니랜드와 뉴욕 메리어트호텔,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공항 등의 바닥을 깔았다.
엇비슷한 제품을 조금 더 싸게 파는 ‘가격경쟁’이었던 LVT 시장의 성격을 ‘품질경쟁’으로 바꾼 것도 녹수다. 부친의 뒤를 이어 2011년부터 회사를 경영해온 고동환 대표는 고품질 경영으로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고 대표는 “2012년부터 제품 가격을 10~20%씩 올렸지만 어느 고객사도 거래를 끊지 않아 지난해 최대 이익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고 대표와의 일문일답.
▷LVT는 기존 타일과 뭐가 다릅니까.“시트 타입 바닥재를 데코타일이라고 하는데 LVT는 여러 층(레이어)을 쌓아 안정성, 소음 저감, 항균 등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해외에 집중한 이유가 있나요.
“국내에선 너무 많은 기업이 저가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큰 시장에서 제대로 된 품질 경쟁을 해야겠다고 판단해 해외에 먼저 진출했습니다.”
▷해외 공장이 많겠습니다.
“2015년 아시아 기업 최초로 미국 공장을 지었고 2021년 베트남에 최첨단 시설을 확장했습니다.”
▷세계 1위인가요.
“최대 시장인 서유럽과 미국 상업용 시장에서 녹수 제품이 각 40%, 25%라는 기준으로 전략컨설팅 업체가 1위로 추정했습니다. 규모보다 녹수가 시장을 키우고 바꾼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작년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었습니다.
“‘저가 경쟁’ 구도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되려면 고품질,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를 봐야죠. 신시장을 개척하고 키워나가야만 수익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녹수의 큰 차별점은 무엇입니까.
“디자인, 기술, 친환경 소재와 글로벌 공급망이 차별점입니다. 디자이너 10여 명을 보유해 자체 개발한 디자인이 6000개가 넘습니다. 고객사가 원하는 대로 맞춤 제작할 수 있죠. 자체 디자인이 많다는 건 그만큼 고객사의 요청에 빨리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겠습니다.
“녹수 제품을 한 번 구입한 거래처는 계속 거래합니다. 써보면 확실히 품질이 다르다고 느끼는 거죠. 용도에 맞는 제품을 정확하게 만들어주니 만족도가 높습니다.”
▷친환경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있나요.
“바닥재 원료의 90%를 친환경 인증 소재로 전환했습니다. 제품 기능을 저하시키지 않는 한도에서 바꾼 겁니다.”
▷국내 건자재 시장이 침체돼 있습니다.
“리스크 없는 시장은 없습니다. 한국 시장은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죠. 매출의 10% 수준이지만 한국 시장을 키우는 게 목표입니다. 해외 출시 전에 벽, 바닥용 인테리어 자재 ‘스타일’을 국내에 먼저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수출 비중은 어디가 높나요.
“해외 매출이 90%입니다. 미국이 절반을 차지하고 서유럽, 일본 등 선진국 시장이 대부분이죠. 전 세계 50여 개국에 판매합니다.”
▷녹수 바닥재가 깔린 곳이 어디입니까.
“샤를드골 공항, 이탈리아 아우디 매장, 메리어트호텔과 디즈니랜드, 일본 유니클로 등에 들어가 있습니다.”
▷국내에도 많겠네요.
“포시즌스호텔 일부와 제주국제공항, 서울대 도서관, 에르메스 매장, 무신사 사옥, 휘닉스파크 등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바닥재 외에 다른 사업도 합니까.
“벽재, 건물 외장재 등 시트를 붙일 수 있는 모든 곳에 우리 제품을 넣는 것이 목표입니다.”
▷올해 실적은 어떤가요.
“LVT 겉면을 인쇄하는 회사와 텍스타일을 만드는 회사 등 관계사를 합치면 매출이 5000억원에 이를 겁니다.”
▷장기 경영목표는 무엇입니까.
“시장을 선도하면 2030년엔 그룹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바닥재뿐 아니라 외장재 등 인테리어 마감재 전체로 확장해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더 성장할 계획입니다.”
민지혜 기자
■ 고동환 대표는
△1971년 서울 출생
△1996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2003년 노스웨스턴대 켈로그스쿨 MBA
△2001년 P&G 브랜드매니저
△2006년 베인&컴퍼니 전략컨설턴트
△2007년 존슨&존슨코리아 마케팅 상무
△2011년 LG전자 HA본부 마케팅전략팀장
△2011년 녹수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