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맛이란 그 맛 자체에 있다기보다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개발한 한국의 기술에서 비롯됐다.”한 식품사 관계자가 ‘K만두’의 글로벌 성공 이유로 꼽은 한마디다. K만두가 세계 소비자에게 각광받기까지는 38년간 이어진 냉동만두 발전사가 자리 잡고 있다.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글로벌 소비자의 취향에 꼭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 압도적인 1위로 올라선 ‘한국식 성공 공식’의 식품 버전이 오늘날 K만두다.
K만두는 1987년 해태가 고향만두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80년대 들어 경제성장과 함께 냉동 기능이 있는 냉장고의 보급률이 높아진 영향이었다. 당시 만두 설비는 일본산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속재료에 비교적 두꺼운 만두피를 사용한 게 특징이다. 이후 만두 시장은 급성장해 2010년 2000억원 규모가 됐다. 이때부터는 대기업이 시장을 주도했다. 2014년 첫선을 선보인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가 대표적이다. 당시 비비고 만두는 고서(古書)에서 한국의 전통 만두 모양 기록을 찾아 개발한 결과물이었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만두 시장에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비비고가 1등 자리를 차지한 이후 해태, 풀무원, 동원F&B, 오뚜기 등이 치열한 2위 쟁탈전을 벌였다. 왕만두, 새우만두, 감자만두 등 만두 관련 제품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2020년대 들어선 만두의 영역이 확장됐다. 동원F&B가 내놓은 딤섬·샤오롱바오 만두, 홍콩에서 유래한 해산물 소스를 적용한 오뚜기의 ‘X.O. 만두’ 등 아시아권에서 소비하는 다양한 만두를 모두 한국 식품업체가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은 냉동 만두 시장만 1조원이 넘는 일본에 과감히 공장을 짓고 뛰어들었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기술적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 일본은 비비고 만두보다 약간 작은 형태의 ‘교자’가 주도하는 시장인데, 여기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K만두는 한국적인 만두맛을 고집하지 않고 적극적인 현지화를 꾀했다. 미국인이 꺼리는 부추를 빼고, 고수 등 현지인이 선호하는 맛을 만두에 담아냈다. 닭고기를 좋아하는 국가엔 닭고기 만두를, 채식을 선호하는 국가엔 대체육 만두를 선보였다. 다양한 맛을 담는 ‘만두 플랫폼’이 됐다는 얘기다. 한 식품업체 연구원은 “일본 회사는 자신의 맛을 고집했지만 한국 식품사는 끊임없이 현지인이 무엇을 좋아할지 고민하고 신제품을 내놓으며 다가갔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