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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기 어렵다" 책준 '전액배상' 판결에 협상 나서는 신탁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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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기 어렵다" 책준 '전액배상' 판결에 협상 나서는 신탁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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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06월 05일 17:4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자들과 책임준공 관련 분쟁을 벌여온 부동산 신탁사들이 소송을 포기하고 배상 협상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신탁사의 전액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추가 소송에서도 대규모 배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5일 로펌 업계에 따르면 책임준공 확약 미이행 사업장을 보유한 신탁사들이 대주단 등 PF 투자자들과 손해배상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탁사의 법적 책임 범위를 설정하는 첫 법원 판결에서 '전액 배상' 판결이 나오자 소송을 이어가는 대신 투자자의 요구를 들어주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 신탁사가 늘고 있는 것이다. 패소할 경우 연 12%의 법정 지연이자를 물어야 하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소송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법무법인 로엘 등 책임준공 관련 소송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로펌들을 중심으로 관련 문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말 서울중앙지법은 23개 새마을금고로 구성된 PF 대주단이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제기한 책임준공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신한자신신탁이 대주단에 대출원금 256억과 연체이자 전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책임준공 관련 손해배상 소송 가운데 나온 첫 법원 판단이다. 그동안 신탁사의 법적 책임 범위를 두고 분쟁이 이어져 왔는데 이번에 법원에서 교통정리를 해준 셈이다.

    계약서에 명시된 손해배상액 범위가 재판의 승패를 가른 것으로 분석된다. 재판부는 계약서에 명시된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 부분을 민법에서 정하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판단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란 계약위반 및 불법행위로 인한 현실의 손해 발생 유무나 손실 정도와 관계없이 미리 일정액의 배상액을 정해 두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이 사건 책임준공이행확약서 제2조는 '대주에게 발생한 손해(대출약정서에 따른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를 대주에게 배상할 것'으로, 신탁계약 특약사항 제23조 제3항은 '대주단에게 발생한 손해(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를 대주단에게 배상해야 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대출약정 제5-4조 제1항에서도 '대주들에게 발생한 손해(미상환 대출원리금 상당액, 연체이자 기타 수수료 등 대출채무 전액)를 신탁사 책임준공기한의 익일에 신탁회사로 하여금 전액 배상하도록 해야 한다'로 규정하는 등 손해배상 범위를 명시한 조항이 다수 등장한다.

    신한자산신탁 측은 재판 과정에서 "괄호 부분은 단순히 손해 내용을 명시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반드시 특정 금액으로 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손해배상액의 예정' 또는 '위약금'이라는 명시적인 문구가 없더라도 분쟁 없이 액수를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만 정했다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판단이 쟁점이 비슷한 다른 소송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주단 측을 대리한 정태근 법무법인 로엘 대표변호사는 "책임준공 미이행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발생과 그 범위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정한 것으로 신탁업계에서 의미가 큰 판결"이라며 "신탁사 입장에선 법정 지연이자를 감수하면서까지 패배가 명확한 소송에 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계약서상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명시됐더라도 사실관계에 따라 실제 배상액은 조정될 수도 있다. 예컨대 책임준공 확약으로 정한 준공 예정일과 실제 준공일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은 사업장의 경우 재판부 판단에 따라 배상액 감액이 가능할 수 있다. 신탁사의 경영 상황 등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각 조항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는 것은 자본시장법상 금지된 손실보전에 해당해 위법하다"는 신탁사 측 주장도 물리쳤다. 신탁계약에 따른 대주단의 우선수익권은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지 않아 자본시장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 같은 법리 역시 쟁점이 유사한 다른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판결로 책임준공 미이행 관련 손해배상 범위를 두고 이어져 온 투자자와 신탁사 간 갈등이 다수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책임준공 사업장 총 233곳 가운데 신탁사가 책임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한 곳은 47곳으로, PF 대출잔액은 총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민우 법무법인 YK 파트너 변호사는 "앞으로 신탁사 입장에선 책임준공형 신탁사업에 대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게 된 만큼 신규 책임준공 확약 방식 PF 사업 추진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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